[Travel] 울릉도에서 즐기는 대환장 섬여행

박찬은 시티라이프 기자(park.chaneun@mk.co.kr) 2025. 7. 14. 0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음도·죽도...외롭지 않은 섬, 독도까지
삼선암과 통구미, 촛대바위까지 바위의 천국
섬 정서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를 여행할 시간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촬영지로 주목 받으며 잠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울릉도. 이번엔 울릉 본섬뿐 아니라 죽도와 관음도, 그리고 1년 365일 중 50일 정도만 입도할 수 있다는 독도에까지 발을 딛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섬의 풍경과 해풍 맞은 산채 나물의 진한 향, 울릉도 삼양주의 내공 넘치는 맛으로 기억되는 울릉도 여행을 소개한다.

‘울진 후포-울릉 사동’을 오가는 1만 5,000톤급 썬플라워호의 파란 굴뚝에 초로의 사내가 기대 서 있다. 포즈를 취하던 그가 공중으로 힘껏 점프를 하자, 파란색 미러 선글라스가 햇빛에 반짝인다. 오전 8시 10분, 배가 이윽고 출항을 알린다. 삼삼오오 모여 귤을 까먹던 이들이 “뿌아앙~” 하는 엄청난 뱃고동 소리에 몸을 움찔한다. 배가 후포항의 흰 등대와 빨간 등대 사이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갑판 위에서 키를 쥐고 있는 울라(울릉도 고릴라) 조형물 앞에 모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마도 간만에 여행을 떠나왔을 주름진 엄마의 얼굴 옆으로 두 딸과 남편의 해사한 미소가 겹쳐진다. 2-3등실과 의자석이 있는 4층과 5층 사이 복도에 들어서니, ‘뛰지 마세요. 제가 뛰어봤어요. 정말 아파요’라는 발랄한 안내 간판이 눈에 띈다.

(위) 2인실 전경 (아래) 차와 함께 수백 명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카페리 여객선, 썬플라워 크루즈
욕실과 침대가 있는 객실 안, 창문으로 공해상 바다 풍경을 보며 잠시 누웠 일어났더니 어느덧 입항시간이다. 낮 12시 40분경, 울릉도에서 가장 큰 사동항에 썬플라워호가 입항하자, 2028년에 개항 예정이라는 울릉공항의 모습이 보인다. 울릉도에는 모래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사동’, 옛 도읍이 있었다는 ‘도동’, 모시 풀이 많아서 모시 ‘저(苧)’자를 쓰는 ‘저동’ 이렇게 3개의 항구가 있다.

항구도 3개, 주유소도 3개, 발전소도 3개다. “울릉도에는 ‘뱀, 도둑, 공해’ 3가지가 없고, ‘돌, 물, 바람, 미인, 향나무’ 5가지가 많습니다.” 울릉도 ‘3無 5多’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덧 나리분지가 있는 울릉도 북면의 식당가에 다다른다.

독도새우
울릉도는 산채비빔밥도 육지와는 다르다!

횟집에 전화를 했더니 “나물 캐러 나왔어요!” 하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릉도에서 해마다 5월 ‘봄걷이’ 철이 되면 횟집 주인도, 어부도, 트럭 기사도 모두 일손을 놓고 나물을 캐러 산을 오른다. 나물이 더 억세지기 전에 서둘러 캐야 하므로, 육지에서도 수백 명이 울릉도를 찾는다. 때문에 이 시즌엔 밭둑에 대형 솥을 걸어 놓고 나물을 삶는 모습도 흔하다. 산지 지형이 76%에 달하는 울릉도는 미세먼지가 없고 물 맛이 좋아서인지, 나물이 다른 곳보다 더 크게 자라고 맛이 좋다. 토끼나 고라니, 오소리 등이 없어 나물이 풍부한 것도 특징.

특히 명이나물이 셀럽이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명이나물’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사람들의 ‘명을 이어주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울릉도 명이나물’이 워낙 유명해져서인지 품귀 현상을 빚어서 지금은 헬기로 명이나물 씨앗을 뿌려 재배한다고.

나리분지에서 채취한 나물이 잔뜩 들어간 산채나물비빔밥
나리분지의 맛집인 늘푸른산장식당에서 다른 나물보다 유명한 것은 매콤 달콤하게 무쳐낸 삼나물(눈개승마)무침. 고사리 같기도 하고 억센 나무 같기도 한 삼나물은 생으로 먹으면 두릅과 인삼 맛, 익히면 고기 맛 등 세 가지 맛이 나서 ‘삼(三)나물’로 불린다. 장미과 여러해살이풀로, 높은 산에서 자라난다.

다소 거친 나물을 삶아 고추장에 버무린 새콤한 삼나물무침 외에 부지깽이(섬쑥부쟁이), 전호나물(미나리과 향채나물), 참고비(고사리과), 해장국과 소고기국에 많이 넣는 섬엉겅퀴 등을 가득 넣고 비벼먹는 산채비빔밥과 각종 나물을 튀기듯 부쳐낸 산채전이 늘푸른산장의 인기 메뉴다 .나리분지에서 자란 나물들을 직접 채취하거나 밭에서 갓 딴 나물의 맛은 향이 무척 진하다.

씨껍데기술과 함께 늘푸른산장 주인장이 직접 담근 마가목주는 산채전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삼나물무침과 산채전은 특히 울릉도 특산인 ‘씨껍데기’ 막걸리와 케미가 좋다. 제주에서 좁쌀(조)이 들어간 막걸리를 ‘조껍데기술’이라고 부르듯 울릉도에서도 여러 약재가 들어간 삼양주를 ‘씨껍데기술’로 부르는데, 예로부터 조개껍데기를 모아 술을 걸렀기 때문에 ‘조개’의 울릉도 말인 ‘씨’를 붙였다는 썰도 있고, 10개의 씨앗 껍데기로 빚어 ‘10껍데기’로 불리다 ‘씨껍데기’로 순화했다는 썰도 있다.

씨껍데기 막걸리는 마가목, 헛개열매, 구기자, 감초 등의 뿌리와 열매에 쌀과 누룩만 넣어 세 번 거른(삼양주) 술로 한 달간 발효시키고, 두 달간 숙성시켜 만든다. 대부분 2주 정도 걸리는 막걸리 제조 공정이 세 달간 이어진다는 말. 세 번 걸렀기 때문에 막걸리치곤 높은 도수인 8도지만 숙취가 없다. 탄산도 없어서 서울까지 가져가기에도 용이하다.

나리분지에서 자생하는 섬백리향과 향수 만들기 키트 프로그램
제주는 ‘조껍데기’, 울릉도는 ‘씨껍데기’…백리까지 퍼지는 향

씨껍데기 막걸리 2병을 서둘러 포장하자, 식당 주인장이 마가목주도 권한다. 약초 중 최고가 산삼이라면, 나리분지에서 많이 나는 마가목은 ‘나무’의 왕이다. 마가목은 내륙에도 있으나 울릉도산은 화산용출수로 빚어 천식, 기관지에 좋으며 허리 통증 등 뼈관절 및 혈압 관리에도 좋다고. 울릉산림농산이 재배하는 마가목의 경우 전국에서 1% 안에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도 부르니 이제 울릉도 특산물인 섬백리향을 넣은 천연 향수를 만들러 갈 차례. 울릉도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섬백리향’(울릉백리향)은 나리분지에 많이 자생하는 꽃으로, 일반 백리향보다 꽃과 잎이 크다. 연분홍색의 꽃으로 6~7월에 많이 피는데 그 향이 백리를 갈 정도로 진해 옛말엔 그 향기를 따라 어부들이 바다에서 섬으로 돌아왔다고. 항균 및 탈모 예방과 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는 섬백리향으로 천연 향수 및 비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여행객을 대상으로 종종 진행된다.

울릉도 따개비 칼국수
울릉도에 왔으니 그래도 오징어를 사가야 한다는 일행을 따라 가게로 들어서니, 가격이 그야말로 오징어가 아니라 ‘금’징어다. 1축에 25만 원이라니. 수돗물이 아니라 바다에서 직접 세척하고, 열처리 하기 전 해풍으로 말리기 때문에 맛이 좋다는 가게 주인의 마케팅에도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오징어가 잘 잡힐 때는 약 3만 명이 살았다는 울릉도의 현재 인구는 약 9,000명(2025년 5월 기준). 몇 천 원이면 오징어 여러 마리를 살 수 있었던 오래 전을 기억하던 일행은 아쉽게도 발을 돌린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도 가능한 섬, 독도에 닿다

다음날, 오늘은 이번 취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독도에 도전하는 날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라는 노래 가사처럼 독도는 울릉도 본섬에서 약 87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울릉도에서 왕복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울릉도 주민들은 “365일 중에 50일만 독도 접안이 가능하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입도를 못하고 해상에서 빙빙 돌며 섬을 볼 때도 많다는 것. 비를 뿌리던 전날과 달리, 독도 입도의 영광을 얻은 일행은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독도의 동도 선착장에 닿았다.

독도 풍경
비교적 큰 2개의 섬(동도, 서도)과 바위섬 등 89개의 부속 섬으로 이뤄진 독도는 460만 년 전, 해저 2000미터 아래에서 솟은 용암의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도르레로 산 위에 있는 독도경비대에게 보급물품을 전달하고 떠나기 때문에 배가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그러므로 동도 선착장에서 당신이 할 일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대한민국 동쪽땅끝’ 조형물 앞에 얼른 줄을 서는 것이다. 항구 주변에서도 가이드 라인 밖을 벗어난 촬영은 금지이므로 주의할 것. 숙박이나 취재 등의 특수 목적이라면 울릉군에 별도로 입도 신청을 해야 한다.

어느덧 30분이 훌쩍 흐르고, 배에 오르라는 말이 들린다. 확성기로 “여러분, 이제 배로 가세요. 저도 이러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귀여운 항해사의 말에, 사람들이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독도 여행 후 입도 티켓과 사진을 제출하면 ‘울릉군 독도 명예주민증’도 발급 받을 수 있으니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면 기억해두자.

독도에 성공적으로 접안한다.
울릉도에 독도만 있다고? 관음도와 죽도는?

울릉도 본섬에서도 바라보이는 관음도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 생태를 간직하고 있다. 울릉도 부속 섬 중 독도,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으로 ‘깍새(슴새, 섬새)’가 많아 주민들은 ‘깍새섬’으로 부른다. 경주에서 출발해 풍랑으로 표류하다 관음도에 내리게 된 월성 김씨라는 어부가 굶주린 배를 채우려 섬에 많이 살고 있던 깍새를 잡아 구워 먹고 살게 됐다고 한다. 깍새는 2016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원래 울릉도 본섬과 붙어 있었지만 침식 작용으로 본섬과 분리된 관음도는 2012년 보행연도교로 연결됐다. 1960~70년대까지 한 가족이 거주했으나 지금은 무인도가 됐다. 때문인지 곳곳에 사람들을 유혹하듯, 거대한 풀잎과 죽도 배경의 강치 조형물 캔버스, 깍새 조형물 등의 포토존이 곳곳에 있고, 전망대도 3곳이나 된다. 1 전망대에서는 병풍처럼 펼져진 주상절리를, 2 전망대에서는 삼선암의 비경을, 3 전망대에서는 죽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관음도의 깍새 조형물. 저 멀리 죽도가 보인다.
시즌이 되면 울릉도와 관음도 사이를 연도교가 아니라 카약을 타고 건널 수도 있다. 섬 아래쪽 동쪽 해안에는 해적들이 숨어 있던 2개의 쌍굴이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한다면 주상절리로 형성된 14m 높이의 쌍굴 아래 신비로운 관음도 바닷속을 탐험해봐도 좋다.

관음도에서 울릉도와 반대 방향에는 ‘죽도’가 위치해 있다. 오후 4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뜬 관계로 죽도로 향하는 날에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전국적으로 많이 있는 ‘죽도’라는 이름이 그렇듯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대섬’ ‘댓섬’이라고도 불리는 죽도에는 개척 당시엔 7세대가 살았다. 현재는 부부 2명이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섬 전체는 우렁각시가 매일 아침 방문하는 듯 깔끔하게 조경이 다듬어져 있다.

(위로부터)관음도의 조형물, 관음도에서 바라본 삼선암, 관음도 전망대, 관음도의 출렁다리
섬 둘레를 따라 4km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대나무가 아치 터널을 이루는 통로를 걷다 보면 유채꽃 단지가 있는 바람의 화원을 만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에 속이 뻥 하고 뚫린다. 주의할 점은 배가 내리는 곳에서 산책로 입구까지 엘리베이터가 없어 수백 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것. 죽도에서부터 따라온 갈매기가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할 때까지 새우과자를 달라며 따라붙는다.
(위로부터)죽도의 대나무 아치 터널과 숲 속 전경, 울릉 본섬에서 바라본 죽도, 계단이 많은 죽도 전경
폭포 앞에서의 삼림욕, 봉래폭포와 바다 앞 삼선암

울릉도가 처음이라면 독도는 어려운 선택이다. 저동항에서 해안 일주를 시작하다 보면 죽도-관음도에 이어 본섬과 가장 가깝게 서 있는 3개의 바위를 만난다. 바로 연안 해상에 각각 107m, 89m, 58m 높이로 치솟은 삼선암이다. 지상에 내려온 세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깎아지른 바위군으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샀는지,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바위에만 풀이 자라지 않는다.

울릉도 삼선암
삼선암을 지나면 딴바위와 코끼리바위가 나타난다. 코끼리가 물 속으로 코를 집어넣어 생기는 중간의 구멍(해식동굴) 때문에 ‘공암’ ‘구멍섬’으로도 불리는 코끼리바위는 울릉도 북쪽 현포와 천부 사이 송곳봉 연안에 위치해 있다. 많은 부속섬들이 그렇듯, 코끼리바위도 원래 울릉도 본섬과 원래 연결되어 있었다. 10m에 달하는 자연굴은 소형 선박만이 왕래할 수 있는데 39m 내외로 직벽을 따라 부채뿔 산호 등이 서식하고, 물 흐름이 좋은 구멍 아래는 다양한 어류를 볼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위로부터)주름이 많은 노인봉, 효녀바위라고도 불리는 촛대바위, 코끼리 바위, 통구미와 거북바위
‘비오는 날 가볼 만한 곳’을 로컬 주민에게 문의했더니 ‘봉래폭포’를 추천한다. 폭포로 가는 길에 동굴 속 천연 에어컨인 풍혈과 거대한 삼나무 숲을 만날 수 있는 봉래폭포는 울릉도 유일의 폭포로 3,000톤의 수량을 자랑한다. 가뭄에도 절대 마르지 않는 울릉군민의 상수원(야영 및 취사는 금지돼 있다)으로, 3단 폭포까지 도보로 40분 정도라 트레킹이 그리 어렵지 않다.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 공기가 바위틈으로 용출되어 항상 섭씨 4도를 유지하는 풍혈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천연냉장고로 이용된 곳.
울릉도 유일의 폭포인 봉래폭포
2019년 완전히 개통된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관음도, 죽도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사람 얼굴을 닮은 미남바위, 면 가락을 길게 이어 붙인 듯한 국수바위, 노인의 주름살을 닮아 자글자글한 노인봉. 육지에서도 흔히 만나는 바위들의 이름이 울릉도에서는 왠지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공사가 61% 정도 진척되었다는 울릉 공항이 완공되면 맞춤형 항공기로 울릉도를 1시간 내에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섬이 섬으로서의 고즈넉함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 계절, 울릉도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울릉도는 매 계절 볼거리가 넘쳐난다.
[글과 사진 박찬은 기자 취재협조 서울특별시관광협회, 한국드림관광]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7호(25.07.08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