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울릉도에서 즐기는 대환장 섬여행
삼선암과 통구미, 촛대바위까지 바위의 천국
섬 정서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를 여행할 시간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촬영지로 주목 받으며 잠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울릉도. 이번엔 울릉 본섬뿐 아니라 죽도와 관음도, 그리고 1년 365일 중 50일 정도만 입도할 수 있다는 독도에까지 발을 딛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섬의 풍경과 해풍 맞은 산채 나물의 진한 향, 울릉도 삼양주의 내공 넘치는 맛으로 기억되는 울릉도 여행을 소개한다.

아마도 간만에 여행을 떠나왔을 주름진 엄마의 얼굴 옆으로 두 딸과 남편의 해사한 미소가 겹쳐진다. 2-3등실과 의자석이 있는 4층과 5층 사이 복도에 들어서니, ‘뛰지 마세요. 제가 뛰어봤어요. 정말 아파요’라는 발랄한 안내 간판이 눈에 띈다.

항구도 3개, 주유소도 3개, 발전소도 3개다. “울릉도에는 ‘뱀, 도둑, 공해’ 3가지가 없고, ‘돌, 물, 바람, 미인, 향나무’ 5가지가 많습니다.” 울릉도 ‘3無 5多’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덧 나리분지가 있는 울릉도 북면의 식당가에 다다른다.

횟집에 전화를 했더니 “나물 캐러 나왔어요!” 하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릉도에서 해마다 5월 ‘봄걷이’ 철이 되면 횟집 주인도, 어부도, 트럭 기사도 모두 일손을 놓고 나물을 캐러 산을 오른다. 나물이 더 억세지기 전에 서둘러 캐야 하므로, 육지에서도 수백 명이 울릉도를 찾는다. 때문에 이 시즌엔 밭둑에 대형 솥을 걸어 놓고 나물을 삶는 모습도 흔하다. 산지 지형이 76%에 달하는 울릉도는 미세먼지가 없고 물 맛이 좋아서인지, 나물이 다른 곳보다 더 크게 자라고 맛이 좋다. 토끼나 고라니, 오소리 등이 없어 나물이 풍부한 것도 특징.
특히 명이나물이 셀럽이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명이나물’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사람들의 ‘명을 이어주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울릉도 명이나물’이 워낙 유명해져서인지 품귀 현상을 빚어서 지금은 헬기로 명이나물 씨앗을 뿌려 재배한다고.

다소 거친 나물을 삶아 고추장에 버무린 새콤한 삼나물무침 외에 부지깽이(섬쑥부쟁이), 전호나물(미나리과 향채나물), 참고비(고사리과), 해장국과 소고기국에 많이 넣는 섬엉겅퀴 등을 가득 넣고 비벼먹는 산채비빔밥과 각종 나물을 튀기듯 부쳐낸 산채전이 늘푸른산장의 인기 메뉴다 .나리분지에서 자란 나물들을 직접 채취하거나 밭에서 갓 딴 나물의 맛은 향이 무척 진하다.

씨껍데기 막걸리는 마가목, 헛개열매, 구기자, 감초 등의 뿌리와 열매에 쌀과 누룩만 넣어 세 번 거른(삼양주) 술로 한 달간 발효시키고, 두 달간 숙성시켜 만든다. 대부분 2주 정도 걸리는 막걸리 제조 공정이 세 달간 이어진다는 말. 세 번 걸렀기 때문에 막걸리치곤 높은 도수인 8도지만 숙취가 없다. 탄산도 없어서 서울까지 가져가기에도 용이하다.

씨껍데기 막걸리 2병을 서둘러 포장하자, 식당 주인장이 마가목주도 권한다. 약초 중 최고가 산삼이라면, 나리분지에서 많이 나는 마가목은 ‘나무’의 왕이다. 마가목은 내륙에도 있으나 울릉도산은 화산용출수로 빚어 천식, 기관지에 좋으며 허리 통증 등 뼈관절 및 혈압 관리에도 좋다고. 울릉산림농산이 재배하는 마가목의 경우 전국에서 1% 안에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도 부르니 이제 울릉도 특산물인 섬백리향을 넣은 천연 향수를 만들러 갈 차례. 울릉도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섬백리향’(울릉백리향)은 나리분지에 많이 자생하는 꽃으로, 일반 백리향보다 꽃과 잎이 크다. 연분홍색의 꽃으로 6~7월에 많이 피는데 그 향이 백리를 갈 정도로 진해 옛말엔 그 향기를 따라 어부들이 바다에서 섬으로 돌아왔다고. 항균 및 탈모 예방과 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는 섬백리향으로 천연 향수 및 비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여행객을 대상으로 종종 진행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도 가능한 섬, 독도에 닿다
다음날, 오늘은 이번 취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독도에 도전하는 날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라는 노래 가사처럼 독도는 울릉도 본섬에서 약 87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울릉도에서 왕복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울릉도 주민들은 “365일 중에 50일만 독도 접안이 가능하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입도를 못하고 해상에서 빙빙 돌며 섬을 볼 때도 많다는 것. 비를 뿌리던 전날과 달리, 독도 입도의 영광을 얻은 일행은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독도의 동도 선착장에 닿았다.

어느덧 30분이 훌쩍 흐르고, 배에 오르라는 말이 들린다. 확성기로 “여러분, 이제 배로 가세요. 저도 이러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귀여운 항해사의 말에, 사람들이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독도 여행 후 입도 티켓과 사진을 제출하면 ‘울릉군 독도 명예주민증’도 발급 받을 수 있으니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면 기억해두자.

울릉도 본섬에서도 바라보이는 관음도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 생태를 간직하고 있다. 울릉도 부속 섬 중 독도,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으로 ‘깍새(슴새, 섬새)’가 많아 주민들은 ‘깍새섬’으로 부른다. 경주에서 출발해 풍랑으로 표류하다 관음도에 내리게 된 월성 김씨라는 어부가 굶주린 배를 채우려 섬에 많이 살고 있던 깍새를 잡아 구워 먹고 살게 됐다고 한다. 깍새는 2016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원래 울릉도 본섬과 붙어 있었지만 침식 작용으로 본섬과 분리된 관음도는 2012년 보행연도교로 연결됐다. 1960~70년대까지 한 가족이 거주했으나 지금은 무인도가 됐다. 때문인지 곳곳에 사람들을 유혹하듯, 거대한 풀잎과 죽도 배경의 강치 조형물 캔버스, 깍새 조형물 등의 포토존이 곳곳에 있고, 전망대도 3곳이나 된다. 1 전망대에서는 병풍처럼 펼져진 주상절리를, 2 전망대에서는 삼선암의 비경을, 3 전망대에서는 죽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관음도에서 울릉도와 반대 방향에는 ‘죽도’가 위치해 있다. 오후 4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뜬 관계로 죽도로 향하는 날에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전국적으로 많이 있는 ‘죽도’라는 이름이 그렇듯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대섬’ ‘댓섬’이라고도 불리는 죽도에는 개척 당시엔 7세대가 살았다. 현재는 부부 2명이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섬 전체는 우렁각시가 매일 아침 방문하는 듯 깔끔하게 조경이 다듬어져 있다.


울릉도가 처음이라면 독도는 어려운 선택이다. 저동항에서 해안 일주를 시작하다 보면 죽도-관음도에 이어 본섬과 가장 가깝게 서 있는 3개의 바위를 만난다. 바로 연안 해상에 각각 107m, 89m, 58m 높이로 치솟은 삼선암이다. 지상에 내려온 세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깎아지른 바위군으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샀는지,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바위에만 풀이 자라지 않는다.



현재 공사가 61% 정도 진척되었다는 울릉 공항이 완공되면 맞춤형 항공기로 울릉도를 1시간 내에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섬이 섬으로서의 고즈넉함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 계절, 울릉도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7호(25.07.08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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