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파파’의 청새치

남궁창성 2025. 7. 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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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청새치 한 쌍 중에서 한 마리를 낚았던 일이 생각났다. 먹이를 발견하면 수놈은 언제나 암컷에게 먼저 먹게 한다. 그때 낚시에 걸려든 놈은 암놈이었는데 겁에 질려 사방으로 날뛰면서 필사적으로 투쟁하다 곧 기진맥진해 버렸다. 그동안 수놈은 암컷 옆에 붙어서 낚싯줄을 넘어 다니기도 하고 암컷과 함께 원을 그리며 수면을 맴돌았다. 노인은 암놈을 갈고리로 끌어올리고 몽둥이로 후려갈겼다. 그때까지도 수놈은 뱃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암놈이 있는 곳을 보려고 공중 높이 뛰어올랐다가 물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름다운 놈이었다고 노인은 되새겼다.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더니만.'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년)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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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청새치 한 쌍 중에서 한 마리를 낚았던 일이 생각났다. 먹이를 발견하면 수놈은 언제나 암컷에게 먼저 먹게 한다. 그때 낚시에 걸려든 놈은 암놈이었는데 겁에 질려 사방으로 날뛰면서 필사적으로 투쟁하다 곧 기진맥진해 버렸다. 그동안 수놈은 암컷 옆에 붙어서 낚싯줄을 넘어 다니기도 하고 암컷과 함께 원을 그리며 수면을 맴돌았다. 노인은 암놈을 갈고리로 끌어올리고 몽둥이로 후려갈겼다. 그때까지도 수놈은 뱃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암놈이 있는 곳을 보려고 공중 높이 뛰어올랐다가 물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름다운 놈이었다고 노인은 되새겼다.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더니만….’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년)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중학교 문예반에서 읽었던 이 소설을 4년 전 광화문 한 서점을 찾았다 다시 봤다. 선 채로 한동안 책을 읽다 그냥 사들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이 소설은 한 늙은 어부의 고기잡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이 항구 안으로 들어갔을 때 ‘테라스’의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다들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돛대를 빼내고 돛을 감아 어깨 위에 메고 언덕길을 올랐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녹초가 되었는지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니 고기의 커다란 꼬리가 조각배 고물 뒤쪽에 꼿꼿이 서 있었다. 허옇게 드러난 등뼈의 선과 뾰족한 주둥이가 달린 시커먼 머리통, 그리고 그 사이가 모조리 앙상하게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여든 날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를 낚지 못했던 노인이 잡은 청새치는 항구에 도착했을 때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다.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무상(無常)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먼 남쪽 바다에 사는 황새치가 삼척 앞바다에서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가 떠올랐다. 또 길이 3m, 무게 226㎏의 거대 물고기가 단돈 6만원에 팔렸다는 뉴스에 ‘파파’ 헤밍웨이가 던졌던 화두가 생각났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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