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해야 할 무안 제주항공 참사 백서[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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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날이 다시 찾아오자 나는 30년 전 6월 29일의 뙤약볕이 떠올랐다.
구포의 기차 사고는 한전이 공사하다가 땅이 내려앉는 바람에, 목포의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는 날씨가 안 좋은데도 무리해서 착륙하려다가, 서해훼리호 사고는 풍랑이 높은데도 너무 많은 사람을 태워서, 성수대교 사고는 하루 8만 대로 예측한 통행량이 두 배로 늘었지만 관리를 안 해서,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은 공사 중에 가스가 누출되는데도 중단을 안 해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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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날이 다시 찾아오자 나는 30년 전 6월 29일의 뙤약볕이 떠올랐다. 초현실적으로 주저앉은 백화점 건물을 보며 느낀 절망감과 현기증이 되살아났다. 나는 1993년부터 사건 기자로 일했는데 수십 명씩 숨지는 큰 사고가 이상하게 남쪽에서 서울로 서서히 북상하는 느낌을 받았다.
1993년 3월 구포역에서 열차가 전복됐는데 7월에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목포공항 인근에 추락하고, 10월에는 서해훼리호가 위도 근처에서 침몰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서울 성수대교가 무너지더니 사흘 후에는 충주호에서 유람선 화재가 벌어지고 12월에는 서울 아현동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했다. 이때만 해도 ‘이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사고가 다 나왔다’고 넋두리를 했는데 이듬해 여름 대낮에 백화점이 무너진 것이다. 정말 상상 밖이었다. 하지만 백화점의 임원들이 “건물 상태가 악화돼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님을 받았다는 게 더 상상 밖이었다.
구포의 기차 사고는 한전이 공사하다가 땅이 내려앉는 바람에, 목포의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는 날씨가 안 좋은데도 무리해서 착륙하려다가, 서해훼리호 사고는 풍랑이 높은데도 너무 많은 사람을 태워서, 성수대교 사고는 하루 8만 대로 예측한 통행량이 두 배로 늘었지만 관리를 안 해서,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은 공사 중에 가스가 누출되는데도 중단을 안 해서 벌어졌다.
모든 사고가 ‘설마’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평범한 태만이 하나둘 모이자 마침내 참사가 되었다. 위험하다는 신호가 오래전부터 나오던 사고도 있었다. 1993년 4월에는 제주도에서 추자교가 15톤 트럭이 지나던 도중에 무너졌다. ‘이때 만일 전국의 다리에 대해 안전 검사를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니 끊겨진 성수대교와 추락한 버스가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15년쯤 됐고 용인의 한갓진 산속에 있는데 열흘 전부터 종일 전동 톱 돌아가는 소리가 쉬지 않는다. 처음에는 누가 이사 오나 보다, 생각했는데 밖에 나와 보니 아니었다. 사다리차에 올라탄 기술자들이 아파트 벽에 처마처럼 붙은 장식들을 잘라서 떼내고 있었다. 감독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건설사에서 나왔는데 “이런 작업은 여기가 처음이고, 전국에서 다 떼어낼 것”이란다. 한때는 새로 짓는 아파트마다 이런 장식이 유행이었는데. “야구장 구조물이 떨어진 사고 때문이에요?”하고 묻자 그는 “그런 점도 있다”고 끄덕였다. 이런 일은 잘하는 것이다.
1993년부터 연이어 벌어진 대형 사고들은 삼풍백화점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나라의 살림을 무너뜨리는 데까지 갔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가 그것이다. 본질적으로 앞선 사고들과 다르지 않다. 지난 12월 무안에서 벌어진 제주항공의 참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살펴보고 있는가? 그 어떤 외압도 털어내고 정직한 백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는 지난 세기와는 달라져야 한다.

권기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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