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도자기] (2) 세계 최대 도자기 축제
중국 장시성(江西省)에 위치한 징더전(景德鎭)시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도자기 도시’다. 과거에는 황궁에 도자기를 납품했고 근대에 도공들이 모여 도자기를 생산하던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도자기 산업이 저물면서 징더전 전체가 기울었지만, 중국의 정체성인 ‘도자기(china) 문화’의 부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는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 관광문화도시로 도약했다.

‘관광화’된 지역
‘타오시촨’ 일대서
매년 소·대규모 축제
세계작가 부스 총집합
도예·공예 체험도 진행
SNS 홍보 MZ 방문 급증
성장하는 도예가
政, 지원 아끼지 않아
도자기 행사 상시 진행
기법·창작 방식 등 발전
워크숍 통해 ‘국제 교류’
레지던시 프로그램 ‘다양’
◇징더전의 정체성 담은 도자기축제= 징더전에서는 중국과 세계에서 다양한 도공과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1년에도 여러 차례 도자기 축제와 도자기 페어, 상설 행사가 열린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는 5, 10월 한 해 두 차례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 ‘춘추따지(春秋大集)’다.
축제의 중심은 문화창작거리인 타오시촨(淘溪川)에서 펼쳐진다. 타오시촨은 과거 도자기 공장이 운영됐던 침체된 중심가를 현대식으로 꾸며낸 거리다. 원형을 조금씩 변형한 원형석탄가마, 터널 가마, 공장의 굴뚝은 징더전과 타오시촨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다. 이외에 공원 광장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작가 스튜디오, 레지던지, 전시장 등 100여개가 넘는 창조 플랫폼 공간이 조성돼 있다. 또 타오시촨 자체를 관광화시키기 위한 호텔, 레스토랑 등 상업 공간도 형성됐다.
축제 기간에는 타오시촨 거리 곳곳이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부스로 가득 찬다. 징더전에서 작업하는 장인, 도예가, 대학생부터 중국 전역과 세계의 초대 도예가들이 각자 작업물을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미래를 아우르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징더전과 중국 작가들이 신청해서 참여하는 부스는 무료로, 국제 초대 작가들이 참여하는 거리는 입장료를 받는 유료 부스로 운영되고 있다. 또 거리에는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단시간 도예·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이 기간에는 타오시촨 외에도 도자거리, 러티엔, 삼보촌, 조각시장 등 징더전의 문화를 들여볼 수 있는 노점상들과 관광지가 모두 호황을 누린다. 같은 기간 대규모 워크숍 등이 열리는 춘추페어, 러티엔에서 열리는 락천도자기 페어도 진행된다. 락천도자기 페어는 현지 젊은 작가들이 주 참여층이다. 모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로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을 통해 도자예술의 미래를 꿈꾸는 자리다. 이렇듯 축제 기간 한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모여들며 관광객에게 보고 체험할 것들을 제공한다.


◇MZ세대서 인기, 본격 관광화= 5월 축제는 중국의 최대 연휴인 노동절이 포함된 5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됐다. 특히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10~30대 젊은 세대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춘추페어는 처음부터 젊은 층이 모이는 축제가 아니었다. 국내 도자기 축제와 같이 중년 이상의 연령과 도자기 도매상 등이 축제의 주 수요를 이뤘는데 최근 5년 사이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도자기를 구입하는 것 외에도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고 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SNS를 통해 현장을 홍보한다. 이런 흐름은 축제장으로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을 초대하고 중국 최대 SNS ‘샤오홍슈’를 통해 적극 홍보하면서 시작됐다. 광저우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펑요우칭(14)양은 “징더전은 중국의 유명한 도자기 도시다. 최근 샤오홍슈를 통해 축제를 알게 됐다”며 “축제에 사진 스팟이 여러 군데 있다. 도자기도 사고 사진도 찍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전에서 친구들과 방문한 신시에(30)씨 또한 “작년에 샤오홍슈에서 홍보하는 걸 보고 올해 노동절에 가기로 친구들과 계획했었다”며 “축제에는 특히 외국 작가들이 있으니 다양한 도자기를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외국에서 200명이 넘는 다양한 작가들이 모이는 유료 부스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림작가 쩌우즈싱(23)씨는 “다른 국가의 예술가들이 전시하고 있으니 보는 재미가 있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쩐즈위(27)씨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이미 소품 위주로 도자기를 한가득 구매한 그는 “작년에 방문한 외국 작가들 작품을 구매하며 교류하기도 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도예가가 성장하는 도자기 도시= 이번 축제에는 김해의 도예가 5명도 초대받아 참여했다. 강영미(무아도예), 이경철(고도산방), 박공주(갤러리공), 남희숙(고암도자기갤러리), 강무창(가온도예) 작가는 각자 공방에서 만든 작품들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축제 주최 측에서는 작가들 대신 작품을 소개하고 팔아줄 자원봉사자들을 한 명씩 지원했다. 유료 부스로 들어온 관광객들은 도자기를 유심히 들여보고 번역 앱을 통해 작가들과 소통했다. 축제 기간 작가들은 작품 대부분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도자기 오브제 인형을 주로 판매한 박공주 작가는 “관광객도, 판매하러 온 작가들, 도매상 등도 작품을 사 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판매 효과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는 프리마켓이고 우리 쪽은 입장료를 받음에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점이 특이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는 점이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소품 백자를 가져왔던 강영미 작가는 “김해에서는 도자기 축제를 며칠 하고 끝나지만 이 지역에서는 국가가 지원을 많이 해주니 축제가 아닌 금·토·일 주말마다 아트행사가 상시 진행된다는 점이 부러웠다”며 “작가들의 활로가 언제나 열려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축제는 해외 초대 작가들에게 호텔 숙박과 부스를 열 장소를 지원해 준다. 축제마다 큰 규모의 워크숍을 통해 현지 작가와 해외 작가의 교류와 성장을 도모시킨다. 축제를 경험한 작가들은 현지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고 이후 축제가 진행될 때 유입되는 관광객이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있었던 점 또한 이런 지원사업의 역할이 크다.
이경철 작가는 징더전 축제가 국제 교류를 통해 세계적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작가들은 현지 도예가들의 기법이나 창작 방식, 작품 퀄리티에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매번 축제마다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며 “축제는 판로 개척을 위함도 있지만 창작 활동이 정체되지 않도록 영감을 주고받고 발전을 촉진하는 장이 된다. 우리 또한 그런 모습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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