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느슨해진 기득권에 긴장감 주는 맘다니

최희진 기자 2025. 7. 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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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였지만 민주당은 경제정책 지지율에서 공화당을 앞서본 적이 없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물가 대책과 복지 확대에 대한 약속을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작성해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도시·교외 거주자, 청년, 히스패닉, 흑인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인구 집단의 상당수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민주당이 텃밭 유권자를 되찾을 비책을 세웠다는 소식은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과 해리스가 하지 못한 일을 손쉽게 해낸 인물이 나타났다. 민주당 뉴욕시장 선거 후보로 선출된 34세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다.

맘다니는 지난 대선 직후 뉴욕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었고(대부분 트럼프를 찍었다) 고물가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다는 호소를 들었다. 이어 그는 시민들에게 자신이 뉴욕시장이 되면 고령자·장애인 등이 사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무상버스, 무상보육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유통됐다. 임대료 동결, 무상보육 등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는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던 뉴욕의 청년과 중산층,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히스패닉, 아시아인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맘다니는 경쟁자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주민 다수가 백인인 지역에서 5%포인트, 히스패닉 다수 지역에서 6%포인트, 아시아인 다수 지역에서 15%포인트 앞서며 승리했다. 거의 모든 연령대, 인종, 소득 계층의 유권자들에게 고른 지지를 얻었다. 쿠오모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맘다니는 오는 11월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뿐만 아니라 아마도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 및 쿠오모와 겨룰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과 월가 일부 인사들은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맘다니가 행여 뉴욕시장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맘다니가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고 공격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경제수도 뉴욕에 사회주의가 설 곳은 없다”며 맘다니를 저지하기 위해 상대 후보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겠다고 큰소리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칼럼니스트는 한술 더 떠 맘다니의 뉴욕은 좌파 독재자 치하의 남미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저주했다.

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에는 근거가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맘다니의 뉴욕시장 도전이 일종의 사회운동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이 됐을 때와 비슷한 열기가 감지된다. 임대료 동결 공약 때문에 맘다니를 지지한다는 아이티 출신 31세 청년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을 때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봤다. 어른들이 품었던 그 희망을 이제 나도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포착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한 청년층과 히스패닉이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발표된 5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보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 비율이 청년은 25%포인트, 히스패닉은 26%포인트 더 높았다. 청년과 히스패닉은 이번 경선에서 맘다니에게 깜짝 승리를 안겨준 인구 집단이기도 하다.

맘다니가 본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이제 시선은 민주당 지도부가 맘다니를 얼마나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경선 기간 민주당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막기 위해 트럼프 후원자들의 돈을 끌어와 쿠오모 기부금 계좌에 2500만달러(약 340억원)를 쏟아부었다. 맘다니는 민주당이 트럼프에게 빼앗긴 유권자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으나 당내 기득권은 신예의 부상을 견제하기 바쁘다.

민주당 컨설턴트 리베카 카츠는 “민주당 지도부는 맘다니를 부숴버리려 했지만 사실 그들은 맘다니의 선거 전략을 받아썼어야 했다. 맘다니가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당 지도부가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인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을 정도로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주당이 맘다니의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이 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표류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최희진 국제부장

최희진 국제부장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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