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대역사 끝낸 전남 서남권 연결 철도 9월부터 달린다
목포-영암-해남-강진-장흥-보성 82.6㎞
2003년부터 총 1조6천49억원 투입 완공
호남선·경전선·전라선까지 하나로 연결
철도 소외지 전남 ‘새로운 이정표’ 주목
2007년 정부 예산난에 사업 좌초 위기
김영록 지사, 부지사·국회의원 시절부터
사업 필요성 역설…국가계획 포함 성공
2018년 道伯 취임후 ‘전철화’ 이끌어내


‘전남남해선’ 철도가 23년에 걸친 대역사(大役事)를 끝내고 오는 9월부터 목포-영암-해남-강진-장흥-보성 등 전남 서남권 6개 시·군을 횡으로 연결하며 전남 ‘철도 역사(歷史)’의 새 지평을 연다.
남해선으로 명명된 이 노선은 전남이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어간다는 이정표와도 같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 기반시설이다. 2003년 시작해 무려 23년의 시간이 걸려 완공됐으며 82.6㎞의 연장에 총 1조6천45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남해선은 목포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철도가 다닌 적이 없는 전남의 ‘기차 처녀지(處女地)’ 영암, 해남, 강진, 장흥을 거쳐 보성을 종착역으로 한다.
남해선 개통을 통해 기존 호남선(서울-목포)과 경전선(광주송정-경남 밀양), 전라선(익산-여수) 등이 하나로 연결된다.
1899년 10월 경인선(서울-인천), 1905년 1월 경부선(서울-부산)이 각각 개통하며 시작된 한반도의 철도 역사에서 전남은 항상 소외되고, 뒤늦었다. 전남인, 더 나아가 호남인들은 철도 소외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남해선은 사실상 116년 만에 국가가 전남에 제대로 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남남해선 개통에 즈음해 반드시 거론해야 할 정치인이 있다. 좌초 위기에 처한 남해선 사업을 끈질긴 설득 끝에 부활시키고 예산 확보는 물론,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바로 민선 7기에 이어 8기에도 전남도를 이끌고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다.
남해선 사업이 최초로 거론된 것은 1998년 12월로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을 위한 기반 조성, 철도 혜택을 보지 못한 전남 서남부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정부가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당시 경제성 분석 결과, 복선이 아닌 단선 기준으로 B/C 1.04가 나오면서 2년 뒤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03년 12월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사업 착수 3년여 만인 2007년 4월 좌초 위기를 맞는다. 당시 공사비(1조3천80억원)의 5.8%에 불과한 756억원이 투입돼 무안군 일로읍에 터널(1천204m) 1개, 영산강에 교각 8개를 세워 놓은 상태였다.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댔고, 여기에 2009년 감사원이 해당 노선에 대해 타당성 재검증을 거쳐 사업 여부를 확정할 것을 권고하면서 사업 자체가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2007년과 2008년 현장 관리비 2억원만 배정했다. 말 그대로 ‘호남 소외’의 단적인 반증이었다.
2006년 6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제33대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던 김영록 지사는 당시 “어떻게 시작된 사업인데 이를 중단한다는 것인가”라며 “이는 호남에 대한 분명한 차별”이라고 단호한 대처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전남지역 국회의원들, 지역 언론 등을 찾아다니며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남·진도·완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엔 국토해양부와 청와대에 강력히 건의해 2011년 1월 이 구간을 ‘국가기간교통망계획 2차 수정계획’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간이타당성 재조사 심의를 통과했는데 국회의원 신분으로 전철화를 주장하며 기존 설계속도(150㎞/h)에서 200㎞/h로 변경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2018년 7월 제38대 전남지사에 취임한 그는 임기 초부터 남해선(목포-보성 구간) 사업을 챙기며 시대 흐름에 따라 디젤이 아닌 전철이 다닐 수 있도록 계획 변경을 서둔 결과, 2019년 11월 정부가 수용했다.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정부는 제 때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완공 시기는 계속 지연됐다. 당초 2022년 완공 계획에서 2023년 12월로, 다시 2024년 12월로 3차례 연기 끝에 2025년 9월27일(예정) 영암·해남·장흥·강진에서도 지역민들이 기차를 탈 수 있게 됐다. 공사 착공 23년 만의 일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호남고속선과의 연결선이 없어 남해선 승객은 목포역에서 환승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연결선 부설이 검토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또한 영암, 해남, 장흥, 강진 등에 철도 역사가 신설됐음에도 읍내와 떨어진, 외진 곳에 설치된 점이다. 이 역시 예산 문제에 기인한다. 또 보통역인 임성리역, 강진역, 신보성역에는 직원들이 상주하지만 나머지 3곳은 직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무엇보다 우여곡절 끝에 전철화 노선으로 공사를 마무리했음에도 당분간 디젤 열차인 무궁화호가 운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노선의 효용성 측면에서 뼈 아프다.
전남도는 최고 시속 268㎞의 ‘KTX-이음’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해 남해선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지만 국토교통부·한국철도공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대목인 만큼 실현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함께 경전선(광주송정-밀양)의 보성-순천 구간과 관련 뒤늦게 순천 도심 내 지하화가 결정돼 경전선과 완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같은 미흡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남해선(목포-보성)은 일제가 중국 침략과 강제 수탈을 위해 구축한 종축(남북) 중심의 철도 노선에 횡축(동서)을 보완한다는 측면의 의미도 크다. 수도권으로의 집중, 영남과 호남의 개발 격차 등의 원인이 됐던 우리나라 철도 시스템의 변화도 예상케 한다. 기차를 타고 한반도를 순환하고 유라시아 대륙 철도를 통해 유럽 끝까지 갈 수 있는 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다.
지난 10일 남해선(목포-보성) 개통 대비 시승 점검에 참여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사업 중단 위기까지 겪으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며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노선 문제로 많이 싸워왔는데 완공한다고 하니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남해선이 전남 서남해안 주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전남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승 점검에는 김 지사와 함께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 황경미 국가철도공단 궤도토목부장, 박신 한국철도공사 광주본부안전보건처장 등이 함께했다.
/김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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