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자세로- 김영선(전기연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knnews 2025. 7. 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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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라며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해,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겠다”라고 발표하였다.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정책 실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적인 추세에도 일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RE100이나 태양광 등의 단어는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직간접적인 언급이 터부시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정부 정책과의 동조를 위한 정책 입안자, 집행 기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과학 기술자들의 눈치 싸움의 결과로 보는 것이 맞다. 단순히 돈 주는 사람 입맛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연구개발 자금의 대부분은 국민의 세금이며 일부는 기업의 출자금이다. 입맛에 맞춘다면 당연히 국민의 복리 행복과 기업의 이익이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국제적인 흐름이며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으로 정권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다.

얼마 전에 자녀 교육 관계로 고교 내신 5등급제 변경안에 대한 교육청 설명회를 다녀왔다. 기존 9등급제(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5등급제(2022 개정 교육과정)로 변경되며 올해부터 시행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기존 내신 1등급은 상위 4% 이내였는데 변경안에서는 상위 10%로 확대되었다. 고3 수험생이 지원하는 수시모집의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확대된 등급 구간으로 인해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므로 또다시 입시 컨설팅 등에 의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의 취지에 공감하게 된다. 기존에는 출석 일수의 2/3를 채우면 누구나 고교 졸업장을 받았지만,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과목별 학업 성취율도 40% 이상이 되어야 하며 총 192학점에 해당하는 과목을 들어야 한다. 최소 학업 성취율과 같은 지식 역량은 학생 개개인이 갖추도록 하는 것이므로 교육과정의 개정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 명제임이 분명하다.

주변국들과 끊임없는 마찰과 전쟁 속에서도 과학기술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장기 연구개발 사업으로 늘 주목받는다. 바이츠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중간 평가 없이 장기적으로 추진한 기초과학 연구에서 다수의 혁신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성과를 특허와 기술이전으로 연결하여,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술 특허사용 계약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연구진의 자율성과 장기적 안목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IAI(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는 정부의 장기적 지원과 연구진의 자율적 연구 환경 속에서, 중간 평가 없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네세르 및 크피르 전투기 개발, 오페크 군사위성과 아모스 상업용 위성 개발 등이 있는데 이들 프로젝트는 실전 배치와 수출 성공 등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새 정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또다시 5년 이내에 보여주려고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모든 대학, 연구소, 기업은 발맞추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여 100년의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하고 나무를 심는 데는 1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학기술의 성장동력을 찾고 기본기를 갖추는 데 5년 이상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매우 안타까운 결과만 나올 것이다. 마지막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사자성어, 석과불식(碩果不食)과 같이 모든 성과 열매를 한꺼번에 맛보는 것이 아닌 다음을 위해 일부 씨앗을 보전하며 대지 속에서 웅크리게 하는 연구개발이 다방면에 검토되면 어떨까 한다.

김영선(전기연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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