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알파고가 남긴 교훈 인간은 ‘창의적 존재’인가

최명진 기자 2025. 7. 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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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출신 장강명 ‘먼저 온 미래’ 르포르타주 출간
알파고 이후 바둑계 격변
기술이 흔든 삶 가치 조명
인문학 상상력·가치 판단 등
토대로 미래 질서 재구성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바둑계는 이미 ‘미래’를 통과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장강명은 전·현직 프로 기사 30명, 바둑 전문가 6명을 인터뷰며 인공지능이 예술과 전문가의 세계에 어떤 균열을 일으켰는지 파고든 르포르타주 ‘먼저 온 미래’(동아시아刊)를 출간했다.

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탐구해온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는 바둑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문학, 예술, 나아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냉정하게 조망한다.

알파고가 보여준 창의적인 수는 단순히 게임의 승패를 넘어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의 개념을 뒤흔든다.

저자는 “AI는 인간의 전문가성을 위협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와 자부심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바둑계는 알파고 이후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했다. 평생을 바쳐 익힌 이론을 지우고 인공지능에게 다시 배우는 일이 프로기사들에게 요구됐다.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예술과 철학으로 여겨지던 바둑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은퇴를 선언하며 “내가 배웠던 예술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저자는 문학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장편소설을 매일 수백 편씩 쓰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문장력보다는 독특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인간 작가가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결국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예술과 노동,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다. 이 책은 ‘인간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변화의 파고가 이미 다가왔음을 상기시킨다.

기술 도입의 확산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바둑계에서도 AI를 활용해 급속히 실력을 끌어올린 신예들이 등장했고, 반대로 자신의 장기를 잃어버린 듯한 허탈감을 호소하는 기사들도 생겨났다.

저자는 이같은 양극화가 AI 보급의 한 단면이며, 기술을 장악한 소수 기업이 특정 업계의 생태계를 좌우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도구일 뿐’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기술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가치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 소셜미디어처럼 AI 역시 사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AI 시대에도 새로운 일자리는 생긴다’는 낙관론을 향해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의 의미와 자부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묻는다. 바둑계에서는 프로기사의 견해가 아니라 ‘AI 추천수’를 전달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실력이 향상된 기사일수록 ‘AI 치팅’ 의혹을 받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책은 기술 개발에 대한 윤리적 성찰도 요구한다. 신약 개발에서 임상시험이 필수이듯, AI도 사회적·제도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제적 협약과 제도적 견제가 결여된 상황에서 기술은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이를 견제하는 인문학의 상상력과 가치 판단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가치가 기술을 이끌기를 바란다. 가치 있는 기술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며 “지금 우리는 정반대의 현상을 겪고 있다. AI가 보여준 냉정한 미래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자리’는 무엇인지 되물어봐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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