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물탱크'로 무게 조작···10억 빼돌린 일당 '덜미'
5년간 88t 규모···계근 시스템 악용
1㎏당 1만원 고가 원자재만 노려
산단 내 거래 허점 노출···보완 필요

울산 화물차 기사들이 트럭에 숨긴 물탱크로 무게를 조작해 5년 동안 고가 원자재를 빼돌리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해 규모만 10억원에 달했는데 납품 무게가 돈이 되는 허점을 파고든 교묘한 범죄였다.
13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트럭에 물탱크를 숨겨 달고 납품 무게를 속이고 고가 원자재를 장기간 조직적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업무상횡령, 사기, 업무상과실장물취득)로 범행에 가담한 화물차 기사 A씨(50대) 등 6명과 고물상 업무 3명 등 9명을 무더기 입건하고 주범 등 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빼돌린 물품 규모는 약 5년 동안 88t. 시가로는 10억원에 달한다.
# 화물차 하부에 물탱크 설치 '눈속임'
이들이 악용한건 산업단지 내 계근거래 시스템이다. 산단 대부분의 납품거래는 물량을 차량 전체 무게로 계량해 가격을 산정한다. 트럭이 계근대에 올라가 무게를 재고, 공장 안에서 물건을 내린 후 다시 무게를 측정해 납품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주범 A씨 등 화물기사들은 20~25t 트럭 적재함 하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약 500ℓ를 채울 수 있는 물탱크를 은밀히 설치했다. 트럭에 물을 채운 후 계근대를 통과하고, 납품 직전 물을 빼낸 뒤 그 무게만큼 원자재를 빼돌리는 수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한번에 빼돌린 물량은 450~500㎏. A씨 등이 빼돌린 물건은 1㎏당 1만원 안팎으로 거래되는 고가 공업용 원자재였다. 500㎏를 빼돌렸다고 가정했을때 한번에 500만원의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하루에 한달 벌이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범행은 주 2회 반복됐고, 5년 동안 88t 가량을 빼돌린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렇게 빠져나간 물품은 정식 거래를 가장해 고물상으로 흘러들었다.
경찰은 주범 A씨가 단독으로 빼돌린 금액만 5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A씨를 포함한 화물차 기사 6명에게는 업무상횡령, 사기 혐의를, 이 물품을 매입한 고물상 업주 3명에게는 업무상과실에 의한 장물 취득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경찰조사에서 고물상 업주들은 "화물차주들이 종종 물품 10~20㎏ 가량 가져와 파는 일이 있었고, 정상 거래인 줄 알았다"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반복적으로 많은 양의 물건이 거래된 점에서 범죄 인지를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A씨 등은 한곳에 많은 양을 거래하면 들킬 것을 우려해 울산 외에 경남 지역에 내다판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 수사는 2주간의 잠복과 미행으로 시작됐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어떻게 물품을 빼돌리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직접 채증했다. 때문에 경찰이 수집한 증거자료에는 이들의 행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이 주범 A씨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할 때 A씨는 공구함 개방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경찰이 강제로 공구함을 열자 고가 원자재가 쏟아져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범행을 끝까지 감추려 했지만 차량 내부에서 증거가 고스란히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유사 범행 암암리 이뤄졌을 것...대책 필요
이번 사건을 무게로 거래 단가를 정하는 산업단지 내 거래 관행의 허점을 파고든 범죄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업계에서는 "무게 단가로 거래하는 구조 자체가 빼돌리기에 취약하다"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물을 채워 무게를 속인 뒤 일부를 빼돌리는 방식은 업계에 알려진 수법"이라며 "경찰에 적발되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반복됐을 것이다. 유사한 범행이 곳곳에서 암암리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으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계근 방식의 여러차례 검증은 물론 CCTV 사각지대 해소, 차량 무게와 탱크 설치 여부 등의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울산경찰청은 "산업단지 내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