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이면계약의 덫·상] “일은 10시간, 임금은 8시간치”…로타는 왜 다시 진정서를 냈나
일은 10시간 임금은 8시간…구두합의에 속은 외국인들
비공식 문서·구두상 계약 빈번
캄보디아인 로타, 노동부 진정
“2시간 더 일하면 숙소 지원” 약속
비닐하우스 거주·30만원 공제
노동부 “구두합의 감독 대상 不”
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고용주 관행 악용·책임 회피”

경기지역 농촌에서는 일부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와 공식 계약과는 별도로 '이면계약'을 관행처럼 요구하고 있다. 숙식비 명목의 공제와 장시간 노동이 비공식 문서나 구두상으로 이뤄지며 이는 임금명세서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기숙사는 여전히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시설인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숙식비 선공제'를 인권침해로 규정했지만 제도 개선은 답보 상태다. 인천일보는 이주노동자 이면계약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상·하에 걸쳐 짚어본다.
1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오후 1시30분쯤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로타(22·가명)씨와 통역을 맡은 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가 함께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근로감독관을 찾았다. '노동관계법 위반' 재진정 진술을 위해서였다.
로타씨와 김 대표 손에는 빽빽하게 적힌 노동시간표와 임금명세서 등이 들려 있었다. 김 대표가 통역과 설명을 번갈아 맡으며 시간이 걸렸지만 두 사람은 4시간가량 감독관에게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로타씨는 2년 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해 1년 넘게 양평 한 농장에서 일했다. 한 달에 두번 제외하곤 하절기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동절기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다. 40여개동 비닐하우스에서 아욱, 당귀 등을 재배·수확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받은 임금은 노동부 계약서에 명시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 기준' 최저임금에 그쳤다. 2023년에는 매달 약 215만원, 2024년에는 약 220만원 고정급만 받았다. 매달 55~65만원이 공제된 금액이었다.
기숙사도 계약서 내용과 달랐다. 계약서에는 '주택' 제공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거주지는 농지 뒤편 비닐하우스였다. 냉·난방도 샤워시설도 부족한 그곳에서 로타씨를 포함한 8명 이주노동자가 공동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퇴사한 뒤 지난 1월 노동청에 첫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서에는 불법 숙소비 상계, 최저임금법 위반, 퇴직금·연차수당 미지급 등 위반 내용이 포함됐고 체불 임금 규모는 총 1350여만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노동청 1차 판단은 '위반사항 없음', '증거 불충분'이었다. '고용주 서명이 없는 개인기록은 증거력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로타씨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 5월 2차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금도 그 농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고 했다.
고용주와의 대화 녹취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고용주는 '기숙사비는 하루 2시간 노동으로 상계했다', '여기는 다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은 제도권 밖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구두 합의는 감독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피해자 기록이나 진술이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이찬 대표는 "특히 양평·이천·여주 등 경기동부 농촌에서는 고용주들끼리 이면계약을 관행처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노동자가 계약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구두 약속을 강요하고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 '이미 약속한 내용'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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