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선조들의 시간 읽는 ‘앙부일구’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풍요를 담는 그릇’
“시간과 농업의 관계성 입체적으로 재해석”
유물·농기구 등 전시… 얽힌 이야기도 소개
기상청·천문연구원 대신했던 ‘관상감’ 조명

선조들은 하늘을 보며 풍년을 기원했다. 해와 달이 떠오르고 지는 시간, 별자리 이동, 기후 변화 등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단지 신비로운 일이 아니라 농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보로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게 해시계 ‘앙부일구’다. 앙부일구는 오목한 원형에 드리운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과 절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도구다.
장영실과 이천, 김조 등이 만든 앙부일구는 농경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윤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년여전 들여온 소장품 앙부일구가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전시”라며 “시간과 농업의 관계성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붉은 기운이 차오르는 듯한 새벽을 형상케 하는 공간이 눈에 띈다. 1부 ‘하늘을 바라보다’에선 선조들이 하늘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던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이 여럿 있다.
2월 초 선조들이 밤하늘에 떠오른 좀생이별을 보며 그해 농사 운을 점쳤던 흔적이 담긴 석판,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기우제 제헌관 임명장,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를 할 때 사용했던 농기 등이 대표적이다.

2부 ‘하늘에 물어보다’에서는 앙부일구를 만날 수 있다. 이 공간에선 앙부일구의 역할과 종류, 박물관이 소장한 앙부일구에 얽힌 이야기 등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동서양의 천문도구인 ‘혼개통헌의’와 ‘아스트롤라베’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초기 앙부일구와 달리 양반들이 과시하기 위해 들고 다녔던 휴대용 앙부일구와 대리석을 활용해 독특하게 조각한 앙부일구 등도 눈길을 끈다.

앙부일구와 함께한 옛 농경 사회의 모습을 미디어 아트로 그려낸 공간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3부 ‘하늘을 읽다’에서는 농경사회에서 절기에 맞춰 사용했던 농기구를 소개한다. 경국대전과 대전통편 등을 통해 오늘날 기상청과 천문연구원을 대신했던 관상감을 조명하고, 중국의 역법을 한국 실정에 맞춰 한해 농사의 흐름을 정리한 칠정산 내외편도 자리한다.
태어난 날을 입력하면 절기를 확인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마련돼있다.
전시는 오는 9월14일까지.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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