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제 지원 넘어 ‘사회통합’으로… 탈북민 정책 대전환 추진
정동영 장관 후보자 서면 답변
자립 지원 중심 기존 정책 탈피
포용 등 관용적 태도 확산 강조
尹정부 시절 부정적 인식 심화
남북관계 악화 탈북민에 투영
전문가 “편견 등 해소 중점둬야”
지자체 역할·권한 확대 불가피
이재명정부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정책을 기존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 인식 개선 등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춰 추진한다. 탈북민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제3국 출생 청소년, 독거 노인 등 탈북민 내부 이질성이 커지는 현실에 맞춰 지원 정책을 세분화·다양화하고, 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 후보자는 그러면서 “탈북민의 정착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포용하고, 다름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확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장관으로 취임하면 탈북민의 사회통합 수준을 진단해보고, 지자체, 시민사회와 협력을 통해 지역 단위에서 보다 통합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의료·취업·교육 등 기초 사회적응 및 자립·자활 지원에 집중했던 기존 정책 틀에서 벗어나, 남·북한 주민 통합에 보다 방점을 찍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탈북민 정책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윤석열정부 기간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일의식조사에서 탈북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은 17.5%로 역대 최저치였다. ‘친근하지 않다’는 응답은 30.6%였다. 매년 실시된 해당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이 추진된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7∼2019년엔 25.8→27.5→29.8%로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상승했으나, 남북 대치가 심화한 윤 정부 기간 2022∼2024년엔 23.1→18.1→17.5%로 지속 하락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은 북한에 대한 인식과 맞물려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탈북민에게 투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가 탈북민 정착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는 등 탈북민 정책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그에 비례한 인식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순한 예산 증액이나 정책적 부각만으로 탈북민에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탈북민을 북한 체제의 비민주성과 인권 침해 실상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들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피해자’, ‘보호 대상’과 같은 동떨어진 존재로 여기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정부의 사회통합 중심 정책 구상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전문가, 당사자들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고 상호 교류를 늘리기 위한 정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출신인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는 “탈북민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제적 지원의 부족이 아니라, 북한 출신이라는 데서 오는 차별과 배제, 낙인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탈북민을 정서적·사회적·문화적으로 포용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탈북민 출신 김영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화합하기 위한 탈북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남한 주민’들 역시 탈북민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쌍방향의 노력이 있을 때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소장을 지낸 임병철 남북사회통합연구원장은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탈북민은 많지 않다. 외로움이 더 큰 어려움인데, 이는 개개인들의 성향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탈북민과 교류·소통하는 장을 넓히고, ‘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용과 관용을 강조하는 통합 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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