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생존 전략은 ‘표준 선점’

2025. 7. 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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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ETRI 표준연구본부장


인공지능(AI)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며 산업·통상·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해 CUDA 중심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사실상의 AI 인프라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AI 모델 개발을 통해 오픈AI와 협력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며, AI 주도권 경쟁이 기술 차원을 넘어선 산업 질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AI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AI 안전연구소’(AISI)를 ‘AI 표준 및 혁신센터’(CAISI)로 전환하며 표준 체계 강화에 나섰다. 중국도 ‘중국표준 2035’ 전략 하에 AI 생태계 자립과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AI법’(AI Act) 제정을 통해 윤리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국제 규범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보다 표준 선점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임을 보여준다.

새 정부 들어서 AI 전문가를 핵심 정책 라인에 배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표준화 역량과 인프라 주도권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AI 주권 국가 실현은 어려울 수도 있다.

AI 주권은 단순한 AI 기술 보유를 넘어서 데이터, 컴퓨팅 자원, 인력, 전력 등 AI 스택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은 반도체 및 AI 모델의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기술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연계해 AI 자립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기술 민족주의와 기술 무기화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관련 표준화 대응은 대외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또한 AI 성공의 전제 조건은 클라우드, 네트워크, 데이터 등 ICT 인프라 기술의 강력한 뒷받침이다. 이것은 표준 기반의 ICT 인프라 기술이 AI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는 AI 표준화 투자나 제도적 준비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컴퓨팅 자원 비용 부담이 커서 기술 개발 시 외산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향이 고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우리 기술이 외국에 종속되는 ‘안보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외국 기업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조건을 변경하면, 국내 기업과 기관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벤더 중립적인 표준 플랫폼이 제공된다면 스타트업들이 더 자유롭고 저렴한 기술 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것은 국가 기술주권 확보, 자립성 강화, 표준 주도권 확대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AI 기술을 지원하는 GPT 모델, 클라우드, API, 데이터 등 모든 핵심 요소 역시 ‘표준’이라는 공통된 틀 위에서 작동한다. 이러한 표준은 단순한 기술 규약을 넘어, 상호운용성과 신뢰성, 안전성, 법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질서의 기반이 된다. 표준화는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이다.

ISO 연구에 따르면, 국가 표준화 수준이 1% 향상될 때 GDP가 최대 1%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표준은 기술 경쟁력을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전략 수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ICT 표준화 예산은 ICT R&D 총 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술표준이 국가 전략 자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 차원의 표준화 예산의 투자 확대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이다.

AI는 이제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작동케 하는 규칙의 문제이며, 그 규칙은 바로 표준으로 구현된다. 표준을 주도하고, 그 위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때 미래 AI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만드는 나라’를 넘어 ‘기술이 작동하는 질서를 설계하는 나라’로 도약하는 것이다. 표준은 그 도약의 첫걸음이며, AI 기술패권 시대의 국가적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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