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과 사막의 숨결, 내몽골을 가다

40년 지기들과 함께 떠난 5일간의 내몽골 여행은 황금빛 모래언덕과 은빛 초원이 어우러진 오르도스 대지에서 시작되었다. 낙타를 타고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현대식 게르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별빛 아래 유목민의 정서를 온몸으로 느꼈다. 전통 혼례식과 오르도스 문화원, 그리고 징기스칸릉 탐방까지, 짧지만 깊이 있는 여정이었다.
비행기 창가에 앉아 내몽골의 광활한 땅을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대지의 스펙터클이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사막, 곳곳에 빛나는 석탄과 희토류 광산은 내몽골이 단순한 자연 환경이 아닌 풍부한 자원을 가진 땅임을 일깨워주었다. 내몽골 자치구의 관문인 오르도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이 계획적으로 조성한 신도시 오르도스의 위용이 피부에 와 닿았다.
오르도스는 한족이 80%, 몽골족이 15%, 그리고 소수 민족들로 구성된 도시로, 1인당 국민소득이 월 350만 원 이상인 부유층이 많다.
북경이나 상해보다도 더 잘사는 동네라는 설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황하강에서 끌어온 인공강이 도시를 관통하며 잘 정비된 조경과 고급 아파트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50평대 아파트 가격이 7억 원에 달할 정도로 부유한 지역이었다.
도시를 벗어나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오르도스 초원은 거대한 대지와 자연의 광활함이 압도적이었다. 해발 1400m, 인구 약 200만의 오르도스 시는 광활한 몽골 초원과 맞닿아 있었고, 초원에는 자작나무와 은백양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이 초원은 과거 사막이었으나 나무가 많이 심어져 숲과 초원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초원에 도착해 처음 맞이한 것은 몽골 전통 혼례식 퍼포먼스였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 그리고 신부의 어머니가 보여준 따뜻한 시집보내기 마음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축복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식사는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 '수바루'. 진한 풍미가 가득한 이 요리는 유목민의 식문화를 그대로 전해주는 음식이었다.
밤이 되자 초원 위에서는 캠프파이어와 횃불쇼, 민속무용과 현대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졌다.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추는 몽골 무용수들의 모습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특별한 순간이었다. 별빛 아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현대식 게르에서의 숙박은 의외로 편안했다. 전통적인 외관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현대식 욕실과 침대가 갖춰져 있었다. 자연과 전통, 그리고 현대적 편의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새벽녘, 일출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깨어 초원의 고요한 순간을 만끽했다.
오르도스 문화원은 8㎢에 달하는 거대한 문화 공간으로, 원나라 쿠빌라이 칸이 북경에 세운 대도 궁궐을 본떠 지은 건축물이 인상적이었다. 청록색 이중 지붕 위에 조각된 11마리의 동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12지신과는 다른 몽골만의 상징성을 담고 있었다. 궁전 내부는 황금색과 청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왕의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인근의 오르도스 박물관은 흉노, 여진, 몽골 등 북방 민족들의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었다. 청동기와 철기, 토기와 의복을 살펴보며 우리 한민족의 유물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북방 민족들의 투박한 문화와 우리 민족의 섬세함이 동시에 느껴져 문화적 교차점의 의미를 되새겼다.
불교문화원은 티벳 라마교와 몽골 불교가 융합된 독특한 종교 공간이었다. 황금빛 장식의 대형 사찰과 다양한 불상, 회전 기도통을 돌리며 윤회와 수행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붉은 승복을 입은 스님들의 모습과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종교적 신비감을 더했다.
본격적인 사막 체험은 낙타 타기였다. 쌍봉 낙타의 무릎을 꿇린 뒤 조심스레 올라탄 나는 낙타가 천천히 사막을 가로질러 걷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낙타의 긴 속눈썹과 혹의 형태, 그리고 줄지어 걷는 모습은 아리비아 상인들이 사막을 횡단할 때 사용했던 낙타 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낙타 체험 후에는 모래언덕을 질주하는 오프로드 차량과 모래썰매가 이어졌다. 빠르게 내리막을 달릴 때 느껴지는 스릴과 모래 위에서의 놀이로 잠시나마 유목민들의 삶을 간접 체험했다.
점심 후에는 초원의 정복자 징기스칸릉으로 향했다. 높이 6.6m의 거대한 기마상과 99개의 돌계단, 그리고 전통 의식인 오보 돌탑 3바퀴 돌기가 인상적이었다. 징기스칸 사당에는 그의 생애와 관련된 벽화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그를 둘러싼 역사적 전설과 문화적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저녁 식사는 몽골식 샤브샤브. 현지의 신선한 재료에 한국의 김치와 고추장이 어우러져 친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을 냈다. 식사 후에는 오르도스 인공강 주변의 야경 투어가 이어졌다. 캉바스 광장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야시장이 조성돼 있었고, 밤 9시에 시작된 음악 분수쇼는 100m 높이로 치솟는 물줄기와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내몽골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문명과 자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역사와의 만남이었다. 광활한 초원과 사막, 그 속에서 펼쳐지는 유목 문화의 숨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40년 지기들과 함께한 시간은 더욱 특별했고, 그 모든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초원의 바람과 사막의 모래, 그리고 징기스칸의 기개가 몸과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문명의 흔적과 자연의 위대함,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내몽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최일식 전 포항 용흥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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