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대면·스마트폰 …'그놈들' 신무기 됐다
◆ 보이스피싱 20년 잔혹사 ◆

보이스피싱 범죄가 20년 가까이 끊이지 않고 진화하며 이어져온 배경에는 기술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비대면 금융거래의 일상화, 가상자산 시장의 확산은 피싱범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전화 한 통이면 누군가의 전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아올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진 것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변화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수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개인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 연락처, 사진, 문자 내역은 물론이고 각종 금융 앱까지 한 기기에 담겨 있다. 스마트폰 한 대만 손에 넣으면 피해자의 인간관계와 재정 상태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개별 범죄 사건에서 피싱 조직은 피해자를 속여 스마트폰 제어 권한을 탈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피해자 스스로 팀뷰어, 애니데스크 등 원격제어 앱을 설치해 제어권을 피싱범들에게 넘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범인은 금융기관·수사기관을 사칭해 '계좌 보안을 점검한다' '명의 도용 대출을 막아야 한다' 등의 명분으로 피해자를 몰아세운다. 제어권을 확보한 이후 피싱 조직은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해 기기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빼돌리고, 피해자 맞춤형 범죄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비대면 금융의 일상화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앱을 깔고 본인 인증만 거치면 바로 수천만 원의 대출이 가능한 시대다. 모바일뱅킹과 비대면 대출 등 간편함을 내세운 기술은 결국 피싱 조직의 '범죄 용이성'도 높였다.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방식도 한층 정교해졌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피해금을 코인으로 전환해 해외로 유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좌를 거쳐 여러 차례 자금을 쪼갠 뒤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코인으로 전환하면 수사기관도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한 통신·금융 시스템이 범죄 조직에 손쉽고 정교한 범행 경로를 제공해준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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