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막으려 금융거래 한도 제한했더니… 소상공인들 "절차만 더 까다로워져"
소상공인·자영업자들 계약금 송금
1일 한도 제한에 실패… 민원 빗발
전국은행연 "한도 제한 불만 인지
소상공인 이전에 고객… 이해해 달라"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아준다는 법이 오히려 더 힘들게하고 있어요."
인천 계양구에서 식품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A씨는 13일 중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주일 전 있었던 은행과의 갈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A씨는 홈쇼핑과 오프라인 상점에 육포를 공급하기 위해 OEM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육포를 공급하는 법인은 아내의 명의로 만들었다. 계약금을 송금하려 인터넷뱅킹에 접속했지만 이체한도에 걸려 돈을 보낼 수 없었다. 은행직원은 A씨에게 "세금계산서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A씨는 국세청에서 세금계산서 3장을 발행해 다시 은행에 갔다. 그러나 은행직원은 또 다시 "돈이 전부 OEM업체에 입금되지 않아 믿을 수 없다"며 반려했다.
A씨는 "통상 도·소매업계에서는 30%의 계약금을 먼저 납부한 뒤 물건이 들어오면 70%의 잔금을 치른다"며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은행이 현실을 모르고 무조건 '법, 법'만 이야기 하니 답답했다. 업체 간 거래에서는 신용이 생명인데, 제때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거래가 끊긴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서는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지켜야 할 일이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떠안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피해를 막기위해 시행하는 금융거래 한도 제한 정책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등은 2016년부터 1일 금융거래(이체·출금) 한도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현재 1일 최소 한도는 100만 원이며, 소상공인의 경우 보안매체별로 다르지만 보통 1일 한도가 1천만 원에 1회 한도가 500만 원 수준이다. OTP보안카드 발급에 따라서는 이체 최대 한도가 5억 원이상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규모가 있는 소상공인이나 법인의 경우 한도 제한을 풀기위한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A씨의 사례처럼 세금계산서를 떼거나, 은행에서 사업장으로 실사를 나오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정부는 국민제안 및 신문고 등에 이러한 민원이 빗발치자, 제도개선을 권고해 일부 규정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거래 한도 제한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한도액은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과 민원 사이를 최대한 절충한 금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은행에 입장에서는 소상공인이기 이전에 은행 고객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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