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야 하는 이유

중국 시진핑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오는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전승절 행사에 함께하자는 요청이다. 좋은 일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시기와 질투가 일상인 세상에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좋다. 참석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지만 거두절미하고 가야 한다. 왜냐하면 첫째,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좋은 날 함께 모여 즐거워하는 것은 상례이고 인지상정이다.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전승절 기념식은 파시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8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이다. 동아시아침략을 자행했던 일본 제국주의가 항복한 날이고 한국의 독립과 동아시아의 평화가 시작된 날이다. 기쁘고 즐거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80년 전 제국주의 파시즘들의 몰락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우리의 정상적인 삶도 있을 수 없다. 중국이 아니었다면 우리라도 전승절 80주년을 성대하게 준비하고 손님을 청해야 마땅한 일이다. 전승절 기념식에는 피해를 당한 중국,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일제 항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초청하는 것이 옳다. 동아시아에서 전승절의 의미는 적을 물리쳤다는 개념이 아니라 평화를 지켰다는 자부심과 긍지의 표상이다. 그래서 평화를 만든 주역에는 핵을 투하한 미국뿐만 아니라 전쟁에 동원된 무고한 일본 민중을 포함하여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중국이 전승 80주년 기념식을 공들여 준비하는 이유는 1939년 일제의 남경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난징대도살 기념관(南京大屠殺紀念館)"을 가면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기념관 앞을 지키는 비석에는 '희상자 300,000'이라는 문구가 크게 조각되어 있다. 12초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전시장이 있는데 6주 동안 12초에 한 명 꼴로 희생된 상황을 표현했다. 전시관 끝에는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기억해 미래의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历史可以宽恕 但不可以忘却. 前事不忘 后是之師)'는 아픔과 절치부심의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 80주년 기념식이 중국만의 승전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을 기념하기 위한 동아시아 전체의 축제라면 평화수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제가 자행한 남경대학살, 위안부, 731부대의 생체실험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그라운드 제로에 설립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보면 평화를 해친 흉수는 파시즘에 중독된 일제였다. 그리고 그 망상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방증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의 아이콘, 평화의 수호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으로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둘째는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참석해야 한다. 외교는 주권의 문제이다. 중국 주도의 전승절 행사가 또 다른 강대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뉴욕타임스, AP통신, 프랑스 통신사 AFP 등이 독재자의 딸로 폄하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천안문의 망루에 앉았다. 외교는 도박이나 모험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챙기는 사업이다. 사업처럼 외교도 반드시 상호주의가 적용된다. 주면 받고 받으면 주어야 하고, 오면 가고 가면 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베이징에 가야 시진핑 주석이 10월 경주APEC에 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지 않는데도 시진핑 주석이 경주 APEC에 올까? 만약 경주 APEC에 다음 개최국 대표인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지 않으면 경주APEC은 팥소가 없는 황남빵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상담병(紙上談兵)만 할 것인가?
셋째, 가는 것이 실리와 국익에 유리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 왜냐하면 베이징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청구한 관세 25%, 방위비 분담금 10배, 미군 감축 등의 청구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지 않으면 가장 비중이 큰 경제파트너인 중국을 잃을 수 있다. 사드사태, 코로나 사태로 멀어진 한중 관계가 최근 비자면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교류협력으로 복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후복구사업과 반도체, 전기차, AI 등 첨단기술산업에서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이웃을 잃으면 큰 손해다. 중국이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중국의 중심성을 복원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을 얻는데 중국이 필요하다. 명분을 주고 실익을 얻으면 된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초청장을 받았다. 거절하면 '남'이 되거나 '적'이 된다. 자칫 이 문제를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두고 저울질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면 한국은 양국으로부터 소외된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미국과 더불어 평화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 한강의 기적 이후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풍족한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였다. 미국과 중국, 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대한민국의 소명과 이익 실현에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과 원칙을 지켜야 할 시기이다. 트럼프와 시진핑, 누구를 먼저 만날 것인가는 술(術)의 문제이다. 외교를 외교술이라 하는 것은 외교기술자들이 술(酒)로 풀어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이재명은 뚜벅뚜벅 베이징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