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건설현장 사망사고' 굴착기 기사 "모든 책임 내게 씌우려 한다"
최근 서울 은평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놓고 당시 굴착기를 운전했던 인천 거주 기사 A씨가 사고 책임이 자신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13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장에서 한 노동자가 굴착기에서 떨어진 토사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현장에 투입된 신호수 B(63)씨는 이 사고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1시께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건물 하부 15m 깊이의 공간을 토사로 메우는 '되메우기'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굴착기는 옹벽 형태로 쌓인 토사를 퍼나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는 현재 고용노동부와 은평경찰서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놓고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번 사고에 대해 "굴착기를 운전할 때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신호수의 지시에 따르는데, 그럼에도 사고가 난 것은 신호체계와 현장 관리 등이 부실했던 이유도 있다"면서 "사고 직후엔 하청업체도 현장 관리 부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나에게 씌우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8일 하청업체 측 법무법인이 A씨에게 "11일까지 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비를 빼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며 "장비를 철수하게 되면 사고 책임이 모두 제게 돌아올 수밖에 없고, 유족과의 합의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또 합의를 보지 못하면 구속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청업체는 현장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 등을 부인하면서 장비 철수는 관계 기관의 확인을 거쳐 절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구두로라도 현장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또 해당 장비를 빼야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으로, 고용노동부와 경찰서에 확인했더니 빼도 된다 해서 내용증명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원청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고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원청으로서 책임이 있다면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내용증명은 하도급업체가 자체적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1일 하청업체 측 법무법인에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므로, 장비 철수가 사고와 무관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경우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장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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