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박규영 "이병헌에 자기소개만 4번, 잊지 못할 순간이었죠"[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5. 7. 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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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3'서 핑크가드 노을 역
"스포 논란, 설명조차 드릴 수 없어 더 죄송했죠"
"'오징어게임' 출연, 인생에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어요"
ⓒ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배우 박규영에게 '오징어 게임3'은 단순히 세계적인 화제작에 출연한 경험 그 이상이었다. 핑크가드 '노을'은 시리즈 최초로 자신의 서사를 지닌 진행요원으로, 감정을 억누른 단단한 겉모습 아래 죄책감과 절망을 품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오디션으로 합류해 목소리 톤부터 액션 합까지 치열하게 준비했던 그는 이번 시즌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고, 한 차례 실수도 겪었지만 "감사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박규영은 인터뷰의 첫 인사를 사과로 대신했다. 시즌3 공개 전, 그는 자신의 SNS에 촬영 중 찍은 인증샷을 올렸다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팬들의 관심에 보답하고자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공유했지만, 해당 사진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장면이 담기며 의도치 않게 내용 유출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몇 달간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직접 눈을 마주하며 말씀드릴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다행이에요. 그동안 진심을 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요. 그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제 불찰이었어요. '오징어 게임3'를 기다려 주신 팬분들, 제작진, 그리고 함께한 배우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당시에는 시즌 공개 전이라 스토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설명조차 드릴 수 없어 더 죄송했죠."

비록 마음고생은 있었지만, 시즌2와 3에 걸쳐 '노을'이라는 캐릭터로 인생 연기를 남긴 그는 이번 작품을 특별한 터닝포인트로 기억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넷플릭스 영어·비영어권 TV쇼 콘텐츠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고, 이어진 시즌2 역시 공개 첫 주 글로벌 TV쇼 1위에 올랐다. 시즌3 역시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기록을 썼다. 박규영은 이 세계적인 시리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을까.

"시원섭섭하다고 말하기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아요. 촬영부터 공개까지 모든 과정이 너무 빨리 지나갔거든요. 전 세계에 강력한 팬덤을 가진 작품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였고, 감사함 이상의 감정이에요. 작품에는 오디션을 통해 참여하게 됐어요. 시즌1 대사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먼저 받았고, 이후 대면 오디션으로 이어졌죠. 그때 받은 대본엔 '노을'이라는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고, 캐스팅이 확정된 후에야 핑크가드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주목받는 역할이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고, 이미 사랑받는 작품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컸어요. 노을은 핑크가드로서 처음으로 자신의 서사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고요. 작품에 참여하면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주저 없이 노을을 연기할 것 같아요."

ⓒ넷플릭스

노을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낮은 목소리 톤을 유지하는 캐릭터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생사를 알 수 없는 딸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과 절망을 품었다. 때문에 그는 극 중 가장 깊은 어둠을 품은 존재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살아간다. 무표정과 무감정을 유지하는 서사에 액션까지 더해졌다.

"사실 제가 맡은 캐릭터마다 목소리 톤이 다르긴 해요. 노을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소한 표정조차 드러내지 않죠. 군인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런 인물을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감독님께서 '이 정도로 톤을 낮춰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셨고, 그 후엔 줄곧 같은 톤을 유지했죠. 처음 써보는 톤이라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몸이 기억하더라고요. 액션도 많았는데, 쉽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신체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다만 액션은 연습과 리허설, 여러 테이크를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힘들다'라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노을은 신체 능력이 탁월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총기 다루는 능력이 중요한 캐릭터였어요. 실제로 총이 꽤 무겁거든요. 무게감을 핸들링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부상은 없었고, 멍드는 것 정도로 무난하게 촬영을 마쳤어요."

핑크 가드로서 색다른 서사성을 가진 장점도 있었지만 게임 참가자가 아닌 것에 대한 한계성도 있었다. 핑크가드로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만큼 또 다른 스토리 라인이 형성, 괴리감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핑크가드는 활동 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분리돼 보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노을은 단순히 경석을 살리기 위해 행동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이를 지키고 싶다는 부모의 본능이 동기였겠죠. 노을은 인간이라면 넘지 말아야 할 선, 예컨대 장기 밀매 같은 것에 맞서 싸우고, 게임 참가자들의 자료를 불태우며 시스템에 저항해요. 참가자들도 각자의 서사가 있듯, 핑크가드도 마찬가지예요. 그중 노을은 소중한 것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끝까지 붙든 인물이죠."

ⓒ넷플릭스

노을은 부대장과 대립한다. 극의 후반부에는 서로를 죽이기 위한 혈투도 벌어진다. 덕분에 그는 부대장을 연기한 박휘순과 연기를 통한 감정적 교류를 느꼈다. 이병헌 배우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전했다.

"박휘순 선배님은 예전부터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부대장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드디어 뵙는구나' 싶었죠. 현장에선 유쾌한데, 카메라만 돌면 눈빛이 확 달라져요. 그 눈빛 하나로 공기를 장악하시는 느낌이었어요. 이병헌 선배님은 인생에서 몇 번이나 마주칠 수 있을까 싶은 분이죠. 신인 배우들의 꿈 같은 존재잖아요. 네 번 정도 자기소개를 했더니 나중엔 '박규영인 거 알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그렇다면, 노을을 연기한 박규영에게 '오징어 게임'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단순한 생존게임이 아닌 인간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였다고 말한다.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가치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과연 우리가 그 희망을 잃어가는 세상 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 같아요. 노을이 극단적을 선택을 하려다 포기하는 그런 장면들에서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노을은 희망 없이 살다가 아주 작은 희망을 다시 찾고 나아가는 시작을 보여주니까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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