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덮친 병원체, 기원 찾아보니 놀라운 결과가...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가축화가 불러온 전염병의 시대
정착과 함께 시작된 인간-동물 간 질병 교환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합니다. 종간장벽 이야기입니다. 어떤 병원체(바이러스나 세균)는 특정 동물 종에만 감염되도록 진화한 만큼 다른 종에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사람이나 개에게 감염되지 않고, 사람의 결핵균은 마찬가지로 동물에게 잘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종간 장벽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바로 이러한 종간장벽이 무너진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쥐가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온 것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유라시아 전역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유골 1313구를 대상으로 DNA 분석한 연구를 네이처 최신 호에 발표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언제부터 동물 유래 병원체에 감염되기 시작했는지를 ‘분자 유전학적’ 으로 밝혀내겠다는 목표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고대인의 치아와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해 확인한 병원체 DNA는 무려 5486건이었습니다. 이 중 3384건은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의 DNA였습니다. 특히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약 6500년 전 이후의 시료에서만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농경과 목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와 일치합니다.
아스트리드 이버센 옥스퍼드대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수렵채집 사회에서도 드물게 감염은 있었겠지만 인류가 동물과 가까이 살기 시작하면서 병원체가 사람을 더 자주, 더 쉽게 감염시키게 됐다”라고 설명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약 5000년 전,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 집단이 유럽으로 대규모 이주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말을 길들이고, 소가 끄는 수레를 만들었으며, 대규모 가축 떼를 이끌고 이동했는데, 동물과 가까이 지낸 시간, 우유와 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을 자주 섭취한 식단은 병원체가 사람에게 옮기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습니다.
![논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그린 AI 이미지 [그림=챗GPT]](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5/mk/20250915162408379dmap.png)
한센병을 일으키는 ‘한센균’은 약 1500년 전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검출됐는데, 이 시기는 다람쥐 가죽 무역이 번성하던 때입니다. 다람쥐와 인간 모두가 이 병의 숙주가 될 수 있어, 무역을 통해 병이 퍼졌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강점으로는 방대한 스케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3만 7000년에 걸친 고대인의 유전자 데이터에서 감염병의 흔적을 추적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현대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매년 10억 명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리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버센 교수는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계속 침범하고, 가축과 더 가까이 지내는 한, 새로운 병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는 과거의 병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병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는 인간, 이러한 삶의 방식이 전염병의 역사에 어떠한 흔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지 묻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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