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GI·ASI)가 바꾸는 세상, 길을 묻다”①“이렇게 짧은 시간, 이렇게 많은 곳, 이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대구일보 창간 80년 기념 특집 "AI(AGI) 시대가 바꾸는 세상, 길을 묻다" 시리즈는 인공지능이 상상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결정적 시점에서, 사회 각 분야에 미칠 변화와 그에 따른 기회·위기를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이 시리즈는 급진전하고 있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가 인간의 일자리·교육·경제·법률·윤리·정치·문화·인간 정체성 등 삶의 근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각 분야별로 필요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준비는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 고유의 가치와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AI, AGI가 만들어낼 미래의 길 위에서 사회 각 주체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통찰과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25년 여름, 인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AI를 넘어 한층 더 진전된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목전이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2005)에서 "2029년쯤에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기술낙관론자의 몽상 같았던 그의 발언은 빠르게 현실화 되고 있다. 뉴욕 월가의 트레이딩 플로어, 도쿄의 수술실, 그리고 베이징의 도로 위의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 된 것.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인류 역사상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곳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인공지능 혁명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에 불과했던 인공지능 혁신의 물결이 산업은 물론, 인간의 일상과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베이징, 10만 대 무인 택시 도시
베이징의 도로 풍경은 이미 미래 그 자체다. 2025년 현재, 베이징 시내에는 10만 대에 달하는 무인 택시가 24시간 도심과 교외를 오가며 시민 발이 되고 있다. 주요 택시회사와 테크 기업들이 협력해 구축한 이 거대한 자율주행 네트워크는 AI가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 날씨,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경로와 배차를 결정한다.
시민들은 스마트폰 앱 하나로 무인 택시를 호출할 수 있으며, 평균 대기 시간은 2분 이내다. 차량 내부에는 AI 비서가 탑재돼 목적지 안내, 음악 추천,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징시 교통국에 따르면, 무인 택시 도입 이후 도심 교통 체증이 30% 감소했고 교통사고 발생률도 40% 가까이 줄었다. 장애인,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한 맞춤형 차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인 택시의 데이터는 도시 교통 정책과 환경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대기오염 저감과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대중교통과의 연계,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도시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강영실씨는 최근 베이징을 다녀온 친구가 "택시를 불렀는데 안에 아무도 없어 깜짝 놀랐는데, 막상 타고 보니 (이방인 운전자가 있는 것 보다) 훨씬 안전감을 느꼈다"는 무인택시 탑승 소감을 전했다. 강 씨는 "그 친구는 택시가 도착했을때 사고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타고 보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너무 편안하게 운행해서 좋더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친구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할 정도로 AI 강국이 되었다는 언론 보도는 접했지만, 막상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하고 보니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면서 두려움 마저 느껴졌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산업의 DNA, 다시 쓰다
AI, AGI 혁명의 물결은 산업 현장 곳곳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AI가 불량품을 99.9% 걸러낸다. 작업자들은 '품질 검사원'이 아니라 'AI 트레이너'로 불린다. AI 기반 공장 자동화와 자율주행 로봇의 확산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금융권도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은행에서 AI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시장 변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한다. 대출 심사도 크게 단축됐다.
의료 현장 역시 AI와 함께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다. 신약 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되었고, AI 진단기는 폐암 98%, 대장암 97.8%의 정확도로 환자를 진단한다고 한다. 의료진 1인당 진료시간도 크게 줄어 중증 환자 케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AI 튜터 도입 후 학업 성취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경험담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AI가 몰고 온 변화의 파도는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 전망이다. '평생직장은 이미 사라졌고, 이제 평생직업도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5년간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는 지금, AGI(범용인공지능) 시대를 향해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AGI(범용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데미스 허사비스(딥마인드로 알파고 만듬)는 "5~10년 내 AGI 등장"을 전망한다. 샘 올트먼(OpenAI 설립자 겸 대표이사)은 2025년 11월8일 Y콤비네이터대표 게리 탄과의 대담에서 "2025년 내 인간 수준 AGI 실현"을 언급했다. 벤 고르첼(SingularityNET, AGI 창시자)은 "AGI가 등장하면 인간 1만 년 지식을 하루 만에 학습, 그다음은 아무도 예측 불가"라고 말한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서울을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2029년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고, 2045년에는 인간과 AI가 완전히 융합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이점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커즈와일은 "특이점 이후 인간과 AI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류 문명 전체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중국, AI 패권 경쟁 '글로벌 표준' 주도
이처럼 AI, AGI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를 주도하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는 AI 반도체, 대형 언어모델(LLM), 자율주행, 로봇 등 핵심 분야에서 초격차를 벌리며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 언론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GI(범용인공지능) 개발에 연간 2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 기업의 80% 이상이 AI를 도입하며, AI 인재와 데이터 인프라 투자도 압도적이다. 중국은 선전시를 중심으로 AI 기업 5천개 육성, 베이징 시내 10만 대 무인 택시 상용화 등 도시 전체가 AI 혁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EU는 2025년 AI 규제법(AI Act)을 시행하며 "인간 중심 AI"를 글로벌 표준으로 내세운다. 윤리·투명성·안전성 등 사회적 가치와 혁신의 균형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돌봄 로봇 100만 대를 보급했다. AI를 활용한 의료·복지 혁신, 스마트시티, 교육 등에서 새로운 사회 모델을 제시한다.
◆한국, AI 혁신의 현주소는…
한국도 AI 혁명의 한복판에 있다. 현대차, 네이버,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AI 기반 자동화, 초개인화 서비스, 신약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AI 혁신국' 도약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규제 혁신, 인재 양성 등 대대적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하지만 글로벌 무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AI 투자액은 13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1천91억 달러), 중국(93억~980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AI 석·박사 인력도 연 1천명 수준에 머물러 인재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언어모델, 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생태계 내 영향력도 제한적이다. 데이터 활용 규제, AI 윤리·신뢰성 논의 등 제도적 기반 역시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그림자와 도전=윤리, 규제, 사회안전망은?
AI, AGI 의 급격한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그림자도 짙게 드리운다. AI 생성 가짜뉴스가 하루 수백만 건씩 쏟아지고, 개인정보 유출과 AI 감시 시스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AI와 인간의 공존 전략, 평생학습 체계, 포용적 사회안전망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I가 못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AI 기본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으며, EU의 AI 규제법을 참고해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변화의 속도와 파급력은 과거 산업혁명을 능가한다"며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만, 적응하지 못한 개인과 조직은 소외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변화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인간다움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준비해야 할 때다. 역동적인 변화의 파도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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