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AI와 공존하는 법, 인간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쓴 글을 읽고, AI가 만든 그림을 감상하며, AI의 의료 진단과 법률 자문을 신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것은 상상 속 미래였다.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는 'AI 시대, 회계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로 인식됐고,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은 결코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AI는 이제 동료이자 경쟁자로 빠르게 진화했다. 우리는 AI와 공존하며 인간만의 본질적 역량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다.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성, 의료 진단, 법률 자문은 물론 창의적 의사결정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에게 남은 역할은 단순히 결정을 내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올바른 판단을 위한 비판적 사고, 윤리적 감수성,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성찰, 그리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 이것이 바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스탠퍼드대 제레미 어틀리 교수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업하는 팀원으로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그는 AI에게 단순히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역으로 창의적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대화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내 업무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AI 전문가로서 내 업무를 분석하고, 활용 가능한 명확한 두 가지 방법과 예상 밖의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해줘”라고 묻는 것이다. AI와의 이런 상호작용은 단순한 검색을 넘어 사고의 확장과 창의적 해결책 도출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교육 현장에서도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는 전공과 무관하게 AI 활용 역량을 기르는 'AI Fluency' 프로그램을 필수화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 헬싱키대가 'Elements of AI'라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통해 AI의 개념, 윤리, 활용법을 누구나 학습할 수 있도록 대중화했다. 독일은 아예 디지털 혁신을 전담하는 German University of Digital Science 같은 디지털 특화 대학을 설립해 AI 기반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변화는 활발하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는 모든 학생이 AI와 데이터 리터러시, 윤리적 문제 해결 능력을 필수로 학습하도록 커리큘럼을 전면 개편했다. 일본 도쿄대는 'AI for Everyone' 과정을 통해 AI 기술 이해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판단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변화 중이다. 카이스트는 'AI + X'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과 무관하게 AI와 데이터 역량을 필수화하고 있으며, 특히 이화여대는 올해 '학생 중심의 AI 교육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AI를 하나의 기술 교육으로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학생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양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 역량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다. 이화여대는 글로벌 AI 기업 엔비디아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Deep Learning Institute, GPU 부트캠프, 해커톤 같은 실습 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I를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형 학습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더 이상 정답을 맞히는 훈련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를 정의하고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의 본질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구조화하고, 다양한 가설을 세우며, 협업과 피드백을 통해 해결책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닌 사고를 확장해주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이자 논리적 오류를 점검해주는 코치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진화해도 인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책임'이다. AI는 판단을 도울 수는 있지만,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는 없다.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으며, 그 책임은 기술이 아닌 윤리적 주체로서의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순히 AI를 잘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과 가치 기준을 스스로 확립해야 한다.
AI는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 jsuh@ewha.ac.kr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삼정KPMG 부대표,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비상근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특임교수와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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