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메밀, 매일 먹어도 맛있어

정래연 2025. 7.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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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짭잘한 장국에 메밀면을 담가 먹는 '판메밀'이다.

메밀면을 내놓는 방식은 면을 차게 식혀 대나무 차판에 놓는 일본식 소바와 같다.

냉면은 메밀국수에서 발전한 음식으로 평양냉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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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유림면의 판메밀. 정래연기자


날이 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짭잘한 장국에 메밀면을 담가 먹는 ‘판메밀’이다.

메밀은 춥고 메마른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곡식으로 구황작물로 사랑받았다. ‘모밀국수’로 불리곤 하는데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다. 척박했던 함경도 지역에서 즐겨먹던 메밀국수가 전국으로 퍼지며 모밀국수라는 명칭이 퍼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밀 재배가 어려웠던 과거, 메밀국수는 가장 보편적인 면 요리였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밀이 귀해 국수를 성례 때나 먹고 사찰에서 승려들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세종실록>에서 수륙재 때 ‘정면(淨麵)’을 공양음식으로 올렸다는 설명이 있다. 이외에도 <음식디미방>, <주방문> 등에서 조선시대 국수문화를 보여주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메밀을 이용해 국수, 냉면, 막국수로 즐겨 먹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판메밀’은 일본의 ‘소바’에서 유래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식 간장의 일종인 ‘쯔유’를 베이스로 면 사리를 찍어 먹는 형식이 퍼졌다.

메밀면을 내놓는 방식은 면을 차게 식혀 대나무 차판에 놓는 일본식 소바와 같다. 다만 면을 담가 먹는 육수에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쯔유를 살짝 찍어 먹지만 우리나라는 넉넉하게 나온 육수에 찍어먹거나 국물처럼 같이 마신다.

한국 판메밀의 장국은 심심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이며 간 무와 잘게 썬 파를 넣고 겨자를 더한다. 찬물과 쯔유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파와 와사비를 쯔유에 섞어 먹는다.

흥미롭게도 여름철 음식으로 즐겨먹는 현재와 달리 과거의 메밀국수는 겨울철 음식이었다. <농가월령가>에서 메밀국수는 10월의 음식으로 기록돼 있다. 냉면은 메밀국수에서 발전한 음식으로 평양냉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평양에서는 겨울에 먹던 동치미와 겨울에 수확하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찬 메밀국수를 겨울에 먹게 된 것은 온돌과도 관련이 있다. 18세기 이후 한반도 북쪽 지방에서만 쓰던 온돌이 전역에 퍼졌다. 온돌 불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밤에는 아궁이에 나무를 잔뜩 넣었는데 이 때문에 방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지곤 했다. 이 때문에 뜨거워진 방에서 몸을 식히기 위해 차가운 동치미 국물이나 냉면 등을 야식으로 먹는 독특한 겨울 문화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판메밀은 우리 전통 메밀국수와 일본의 소바가 만나 탄생했다. 겨울철 실내음식이었던 메밀국수가 여름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한 그릇의 메밀국수 속에는에 변화하고 발전해 온 음식문화를 느낄 수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 시원한 장국에 쫄깃한 메밀면을 담가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것은 어떨까.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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