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 참사 막으려면…‘공항’은 새들의 서식지와 멀어야
한국환경연구원, “국토부 ‘항공안전 혁신 방안’ 한계” 지적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항에서 먼 곳에 주요 서식지가 자리 잡도록 유도하는 생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조류의 생태습성에 기반을 둔 ‘충돌 예방형 체계’를 구축하는 접근이 빠졌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지난달 30일 ‘케이이아이(KEI) 포커스’에 ‘자연보전과 공항안전의 균형: 조류충돌 예방을 위한 협력적 접근’ 보고서를 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가 국토부 방안에 한계가 있다고 본 이유는 “자연보전 정책과의 부조화”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국토부는 농경지 갈아엎기 등 먹이원 제거, 공항 주변 불법 경작 방지, 사유지 내 조류 서식환경 제거 같은 공항 주변의 서식지 제거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조류의 분포와 확산 생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방안이란 것이다. 또 현재 국내 공항의 ‘조류 퇴치 기술’은 공포탄·폭음기·음향 발생기 등을 이용한 기계적 교란이지만, 이는 “조류의 학습 효과로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와 국외 공항에서는 조류의 생태정보를 활용해 ‘조류충돌 사전 예방형 관리 체계’를 세워 실행하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밴쿠버국제공항은 공항 주변 흰기러기의 서식지 질(habitat quality)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공항 자체의 서식지 선호도를 낮춤으로써 조류의 이동·분포를 효과적으로 조절한 우수 공존 사례로 꼽힌다. 조류 입장에서, 공항에서 멀어질수록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증가하도록 환경을 관리·유지해 조류의 이동 자체를 줄이고 공항에서 먼 곳에 주요 서식지가 자리 잡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항안전운영기준’ 등 국내 법령은 공항 인근에서 조류 퇴치와 주변 서식지 훼손을 우선해 시행하도록 규정한다. 환경연구원 보고서는 “조류가 공항과 공항 주변을 서식처로서 가치가 낮거나 덜 선호하는 지역으로 (인식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정책 방향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거·포획·사살 등 훼손 및 퇴치를 우선해 이행함으로써 공항 주변의 자연 생태계 교란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류 퇴치·제거 정책의 방향성은 공항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법’과도 상충해 관계 부처나 지역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자연보전과 항공안전 정책이 조화를 이루는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사전 예방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각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긴밀히 유지해 조류 서식지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조류 등 야생동물 행동 데이터 및 공간 이용 특성을 분석한 공간이용 및 위험지도 제작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강력한 협력체계 구축 △조류충돌예방 위원회의 전문성·실행력 강화와 ‘도시 계획 담당자 등 관계자’ 포함 △국토교통부·환경부의 상시적 정책 조율을 위한 협력 메커니즘 마련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전략 실행을 위해 환경부·국토부·해양수산부·국가유산청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을 제안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공항 입지 타당성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항공기 운항의 안전이 확보되는 환경’”이라며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은 국내 최대급 조류 서식지로, 대형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도입한 다양한 조류 퇴치 방법은 조류충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 보기 어려우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류 서식지 인근에 공항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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