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최강야구' 장시원의 '불꽃야구', 누가 진짜 주인인가?

박서연 기자 2025. 7. 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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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JTBC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JTBC 홈페이지.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제작한 김태호 PD가 '무식한 도전'이라고 이름을 바꿔 유사한 포맷으로 유튜브채널 'TEO 테오'에서 방영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JTBC와 '최강야구'를 만든 장시원 PD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팀을 꾸려 도전에 나서는 콘셉트의 '최강야구' 시즌1은 2022년 6월 첫 방송했다. JTBC가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스튜디오C1(대표 장시원 PD)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JTBC가 투자 및 방영했다. 2~3% 시청률로 시작해 시즌2(2023년), 시즌3(2024)까지 방영했고, 최고 시청률 4.4%를 찍으며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앞서 2022년 3월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인 MBN '빽 투 더 그라운드'가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기종영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최강야구'는 야구 종목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2023년 '최강야구'는 야구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2023년 골든글러브 '특별활약상'을 수상했다.

소송까지 번진 '최강야구' 공방 타임라인

승승장구하던 '최강야구'에 급작스러운 제작 중단 소식이 알려졌다. JTBC가 시즌4를 준비하는 도중인 지난 2월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강야구' 새 시즌 재개에 앞서 정비기간을 갖고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3월 초 예정된 트라이아웃(선수 선발)은 취소됨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장시원 PD는 자신의 SNS에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3월 초로 예정된 트라이아웃 또한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제작자와 방송사가 상반된 입장을 낸 것이다.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토크하는 모습. 최강야구=티빙, 불꽃야구=스튜디오C1

JTBC는 지난 3월11일 기자들에게 메일을 통해 “상호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더 이상은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최강야구' 새 시즌을 C1과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1이 1회 경기 제작비를 두 편으로 나눠 제작하면서 비용을 중복 청구한 것으로 보여 제작비 집행 내역과 증빙을 요청했으나 C1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날 장시원 PD 역시 자신의 SNS에 △JTBC 역시 1회 경기를 두 편으로 나눠 방영해 편당 광고 수익이 발생했고 △JTBC와 매 시즌 별로 사전 협의를 거쳐 총액 기준으로 제작비 책정하는 턴키(turn-key) 형태의 계약을 맺어 사후청구가 아니기에 과다청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JTBC는 최강야구 직관 수익 및 관련 매출에 대해 2년 동안 수익분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JTBC가 반박하고 나섰다. JTBC는 지난 3월12일 입장을 통해 “턴키형태의 계약이라는 C1의 주장과 달리 양사는 실비정산 및 사후 정산 방식으로 계약했다”며 계약서 일부 이미지를 공유했다. JTBC는 “C1이 주장하는 직관 및 부가사업 수익 배분은 합의한 바 없는, 근거 없는 요구”라고 반박하며 '최강야구'에 대한 콘텐츠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는 JTBC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토크하는 모습. 최강야구=티빙, 불꽃야구=스튜디오C1

반면 장 PD는 계약서에 쓰인 '저작재산권(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 이하 저작권)은 JTBC중앙에게 100% 귀속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JTBC의 채널과 JTBC의 계열사 채널의 편성을 전제로 제작하는 최강야구(2023)으로 정의돼 있다”며 “JTBC가 현재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IP는 방영이 완료된 시즌3의 촬영물에 한정된다”라고 주장했다. 최강야구 시즌3까지의 IP만 JTBC 소유라는 것.

이후 JTBC와 장 PD는 더 이상 입장을 내지 않았고 '행동'을 했다. JTBC는 지난 3월31일 스튜디오C1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강야구 스핀오프' 콘텐트인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타 플랫폼에 무단 제공한 것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라고 짚었다. C1은 '최강야구' 주요 출연진이 나오는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일방 제작해 티빙에 유통했다.

장 PD는 지난 4월18일 유튜브채널 '스튜디오시원 StudioC1'에서 '불꽃야구'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팀명을 '최강 몬스터즈'에서 '불꽃 파이터즈'로 변경하고, 감독과 선수단 대부분이 유지됐다. 이날 JTBC도 '최강야구' 시즌4를 오는 9월 첫 방송을 목표로 감독과 선수단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강야구' IP를 침해하는 유사 콘텐트에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한쪽도 멈추지 않았다. 장 PD는 지난 4월27일 창단 및 첫 직관 경기를 강행했고, JTBC는 지난 4월29일 C1과 장 PD를 형사 고소했다. JTBC는 “C1이 JTBC '최강야구' 유사 콘텐트로 직관 경기를 개최하는 등 '최강야구'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를 지속한 데 따른 조치”라고 했다. 고소장에는 C1과 장 PD의 저작권법 위반, 상표법 위반, 업무상 배임, C1 측의 전자기록 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가 포함됐다.

유튜브채널 '스튜디오시원 StudioC1'은 지난 5월5일 '불꽃야구' 1화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JTBC 측은 곧바로 유튜브에 '불꽃야구' 영상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신고했고 유튜브는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C1은 “유튜브 측에 반론을 제기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 이후 공개된 '불꽃야구' 영상들도 비공개 처리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불꽃야구'를 볼 수 없게 되자, 팬들은 국민 동의청원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불꽃야구'는 '최강야구'의 저작권을 침해했나

양측의 갈등은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해 OTT에 유통한 것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계약조건을 위반해 제작비를 과다하게 청구했는지가 주된 쟁점이다. 특히 방송업계에선 외주제작 관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저작물과 관련한 쟁점에 주목하고 있다.

JTBC는 C1측에서 JTBC가 IP에 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최강야구' 시즌 1~3와 유사한 포맷의 속편 프로그램 '불꽃야구'를 제작하고, '최강야구'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제작해 무단으로 타 OTT에 제공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를 문제로 지적한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살피기 위해선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저작권 침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포맷의 유사도는 어느 정도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불꽃야구'는 '최강야구'와 비교했을 때 △경기 전 라커쿰 토크-해설진의 상대감독 인터뷰-경기 및 경기 도중 덕아웃 토크-MVP 선정 순으로 진행되는 구성이 동일하고 △경기 영상뿐 아니라 라커룸, 덕아웃 토크 등 장면의 카메라 앵글이 사실상 동일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편집 스타일이 유사하고 △출연진(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정성훈, 더스틴 니퍼트, 정근우, 이대호, 정의윤, 유희관, 김문호, 이대은, 신재영 등 주축 선수 고정)이 거의 동일하다.

A 방송사 소속의 저작권법 전공 박사는 “포맷을 그대로 갖다가 출연진까지 비슷하게 하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디테일한 게 중요하다. 누가 봐도 시청자들이 봤을 때 최강야구 후속이라고 생각할 정도면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포맷으로 만들고 내용을 좀 참고하는 형식이면 모르겠는데, 비슷하면 시청자는 후속편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실제 포맷과 관련한 판례로 '짝' 사건을 들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17년 11월10일 SBS가 CJ E&M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SNL코리아의 '짝 재소자특집'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면서, 넷마블의 '짝궁 게이머특집' 광고는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SBS가 '짝'의 콘셉트를 차용한 CJ E&M의 두 콘텐츠에 법적 대응을 했는데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쟁점은 '창작적 특성이 담겨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였다. 당초 1, 2심에선 포맷은 저작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넷마블의 '짝궁 게이머특집'에 대해 “'짝'의 기본적인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출연자들의 복장과 호칭, 자기소개, 도시락을 같이 먹을 상대방 선택 등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는 이유를 들어 파기 환송했다. SNL코리아의 '짝 재소자특집'은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봤다. 이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불꽃야구'는 '최강야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

하지만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포맷 저작권에 대한 판례가 두텁게 쌓인 건 아니다. '짝' 판례 역시 1심과 2심에선 '짝궁 게이머특집'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B 방송사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현재로서 완벽하게 어느 쪽이 맞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SBS '짝' 판례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소송을 가봐야 하겠지만, 딱 떨어지는 판결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맷의 유사성 문제와는 별개로 계약서상 JTBC의 '최강야구'에 대한 권리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는 점도 쟁점이다. B 방송사 관계자는 “장 PD는 (JTBC가 주장하는 IP가) 기존 방송에 대한 권리이지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즌에 대한 권리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기존 것에 대한 권리는 JTBC에 있을 수 있지만, 새 프로그램은 JTBC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 경우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예측이 어렵다.

▲SBS Plus가 JTBC와 갈등중인 불꽃야구를 생중계했다.

이런 가운데 SBS Plus가 '불꽃야구' 경기 중계를 방영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이 역시 포맷 저작권 논란을 의식한 흔적이 보인다. SBS Plus는 '불꽃야구' 프로그램이 아닌 3~4시간 분량의 경기를 편집 없이 라이브로 중계했다. 이 같은 방식이면 프로그램 포맷의 유사성은 미미해진다. 당초 장시원 PD 측이 '불꽃야구'를 편성할 OTT와 방송사 등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선 법적 문제가 벌어질 수 있어 주저해온 상황이었다.

방송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최강야구' 논란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일 수도 있지만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 김재영 한국PD연합회장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인데, 이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왔을 때는 업계에 굉장히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B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인기를 끄는 콘텐츠가 있으면 나가서 똑같이 만드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시장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판례로 굳어지면, 창작에 대한 의지가 없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JTBC는 '최강야구' 초창기에 리스크를 짊어진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했는데, 유사한 포맷의 방송이 양산되거나 제작자가 이탈해 사실상 동일한 방송을 만들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 중심으로 권리를 독점하던 시대를 벗어나 창작자의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월28일 국민 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청원 작성자는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반복된다면, 중소 창작자나 독립 제작사는 방송사나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작자 중심 저작권 계약 표준안 제정 △공정한 저작권 분쟁 중재제도 마련 △독립 제작사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 이 글은 한국방송작가협회 웹진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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