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밀번호 줄 테니 직접 가져가라더니”…중고거래하다 절도범 몰려

이모씨는 지난달 낭패스러운 일을 겪었다. 온라인 중고거래 앱을 통해 모니터를 사려던 그에게 A씨가 비대면 거래를 제안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가격이 마음에 들어 흔쾌히 응한 그에게 A씨는 사무실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로 와서 모니터를 골라서 가라고 했다. 돈은 계좌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수상하긴 했지만 이씨는 비대면 거래이니 그러려니 했다. A씨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을 방문해 직접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가 쌓여있던 물품 중 구입할 모니터를 골라 나왔다. 이씨는 A씨에게 모니터 사진을 보낸 뒤 A씨 계좌로 약 40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강남경찰서 경찰관이 “출석해서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알고 보니 이 사무실을 실제 사용하는 업체가 그를 절도 혐의로 신고한 것. 그 사이 A씨는 중고거래 앱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진땀을 빼며 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구입한 모니터는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몇년 사이 온라인 중고거래 앱 이용자가 늘면서 중고거래 사기 사건도 늘고 있다. ‘비대면 거래’를 악용하는 등 사기 방식도 함께 점점 더 교묘해지면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거래 시 ‘안심결제’를 이용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 사례에 나온 이씨는 담당 경찰 수사관 권유로 지난 1일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A씨의 구체적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혐의로 고소당한 이씨는 ‘혐의 없음’으로 다음주 불송치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 사례처럼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중고거래 사기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앞서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달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 고가 스마트폰을 거래하려다 495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봤다는 신고를 접수해 사건을 관할 경찰서로 이송했다. 피의자 B씨는 피해자에게 “입금하면 현관 문고리에 거래 물품을 걸어두겠다”고 알린 뒤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자 잠적했다. 이른바 ‘문고리 거래’로 부르는, 비대면 거래 사기 수법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날 필요 없는 문고리 거래는 최근 중고거래에서 성행하고 있다.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잘 알려진 중고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소규모 플랫폼에서도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서울북부지검은 70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입금을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등 수법으로 3000여만원을 가로챈 C씨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C씨는 ‘마니아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범행 창구로 이용했다.


중고거래 이용자가 늘면서 사기 피해 건수와 액수도 함께 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대비 지난해 주요 중고거래 앱 이용자 수는 267만명 늘었다. 온라인 사기 피해 공유사이트인 ‘더치트’에 접수된 신고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 피해 신고건수는 2022년 26만여 건에서 지난해 36만여건으로 늘었다. 피해액도 2022년 2008억원에서 지난해 3565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제공하는 ‘안전결제 시스템’ 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과 여성 등 범죄 취약층의 선호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이런 범죄가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안심결제 기능을 써야하고, 중고거래 서비스 제공자들도 판매자에게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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