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드라마 일본판? 배우들만 일본인이네…한국 감독·제작진 투입

‘내 남편과 결혼해줘’ ‘괴물’ ‘수상한 파트너’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일본판으로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한국인 감독과 제작진이 투입돼 한·일 합작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오티티(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 지난달 27일 일본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된 직후 1위를 기록했다. 동명의 한국 웹소설을 일본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지난해 1월 한국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일본 대세 배우 고시바 후카(코시바 후우카)와 사토 다케루가 주연을 맡았다.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 정수민(송하윤)과 남편 박민환(이이경)의 불륜을 목격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하며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티브이엔(tvN)에서 방영되며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 노하우가 투입돼 한·일 합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비밀의 숲’, ‘더 글로리’의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한국판을 담당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손자영 피디(PD)와 씨제이이엔엠(CJ ENM) 글로벌콘텐츠제작팀 이상화 피디가 책임프로듀서(CP)를 맡았다. 지난달 26일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리기도 했다. 손자영 피디는 제작발표회에서 “보통 한국 드라마를 해외에서 제작하면 리메이크 형태를 많이 띠는데 일본판은 한국판 촬영 전부터 기획했다”며 “일본 버전 오리지널 드라마로서 새로운 시도이고 큰 도전이다. 케이(K) 드라마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판은 통쾌함, 사이다, 마라맛 등을 바로 느끼고 직접적인 재미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일본판은 인물 간 관계, 심리를 깊게 보여주려고 했다. 한·일 드라마 느낌이 다 있어서 유니크하고,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일본 지상파 마이니치방송과 티비에스(TBS)에서는 지난 4월29일부터 ‘수상한 파트너’ 일본판이 방영 중이다. 2017년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유능한 검사와 사법연수원생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2021년 제이티비시(JTBC)에서 방영된 신하균·여진구 주연의 드라마 ‘괴물’도 일본판으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일본 위성 방송 채널 와우와우(WOWWOW)에서 방송 중이다. 제작사 에스엘엘(SLL)에 따르면, 와우와우 쪽에서 에스엘엘에 리메이크를 제안하며 제작이 성사됐다고 한다. ‘괴물’은 진실을 쫓는 형사들의 심리 추적극을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일본판은 원작의 서사는 유지하되 일본 현지 정서와 캐릭터 설정을 반영했다.

일본 드라마가 아예 한·일 합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사례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일본 티비에스는 로맨스 드라마 ‘첫사랑 도그즈’를 공동 기획·제작해 지난 1일 첫 공개를 했다. 거대한 비밀이 숨겨진 반려견을 둘러싸고 만나게 된 한국인 재벌 3세와 일본인 수의사, 그리고 변호사가 갈등 속에서 우정을 쌓고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힐링 로맨스 드라마다. 한국 배우 나인우와 한지은이 각각 한국인 재벌 3세 우서하와 우서영 역을 맡았다.
이처럼 한국 원작 아이피(지식재산권·IP)가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배경에는 한국 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있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흥행 이후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에 대한 관심까지 증가한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한겨레에 “세계적으로 히트한 케이 드라마가 잇달아 나오면서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일본 내 사업자들에게서 부쩍 높아졌다”며 “한국은 드라마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이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 설립 이후 확산된 반면, 일본은 과거 한국처럼 방송사 중심의 제작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스튜디오 기반의 한국 시스템에 대해 궁금해하는 일본 언론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다른 나라 제작 업계도 주목하고 리메이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일본은 일찍 한류 열풍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 작품에 대한 팬들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각 청문회 슈퍼위크’ 오늘 시작…이진숙·강선우 ‘통과’ 여부 주목
- 이 대통령 “한번 실패하면 일어날 수 없는 나라에 자유란 없어”
- 일주일 ‘폭염 일시정지’…이제 최대 150㎜ 큰비 대비하세요
- 남북 겹경사…‘민족의 명산’ 금강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 [단독] ‘함정수사’에 이주노동자 이용 경찰, 법원 위로금 지급 결정에 불복
- 전공의 복귀 논의도 ‘급물살’…자격 시험 등 특혜 논란은 과제
- 강선우 “차별금지법 갈등 요소 많아…여가부, 성평등가족부로”
- 57살 핀란드 대통령, 가명으로 나간 철인3종 ‘깜짝 2위’
- 때 이른 폭염에 과일·채소·수산물 값 급등…‘히트플레이션’ 습격
- 남의 집에서 라면 끓여 안방서 먹은 노숙인 징역 1년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