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디? 왜 손흥민 차기 행선지에 유럽은 없는 걸까
미국 팀들도 이적료는 부담…돈의 힘 과시하는 사우디가 대안 떠올라
(시사저널=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2025년 여름은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내년 6월에 만료된다. 지난 1월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며 이번 여름 손흥민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떠나는 것을 방지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여름이 손흥민으로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지난 반년 동안 손흥민을 둘러싼 이적설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된 곳은 미국이다. 세계 스포츠 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은 최근 메이저리그사커(MLS)가 그 규모를 확장하며 새로운 축구 엘도라도를 준비하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이 직접 투자한 인터 마이애미는 2023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리오넬 메시를 영입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가장 적극적인 LA FC, FA 신분 되는 1년 뒤 노릴 수도
손흥민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팀은 미국 내에서 최고의 스포츠 마켓으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하는 LA FC다. 매직 존슨, 노마 가르시아파라, 미아 햄 등 미국 스포츠의 전설적인 스타들이 투자한 LA FC는 2018년 MLS에 참가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동고동락한 전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위고 요리스도 지난해부터 합류해 부주장으로 활약 중이다.
LA FC는 지난해 5월 전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를 영입하며 슈퍼스타 보강에 성공했지만, 지루는 1년 만에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다. 그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빅네임으로 손흥민을 노린 것. LA는 미국 내에서 재미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한인타운도 형성돼 있다. LA FC는 이런 점을 겨냥해 2021년 한국 국가대표 풀백 김문환을 영입하기도 했다.
LA FC 입장에서 보면 손흥민 영입은 거대한 한국인 팬덤을 끌어오고, 유럽에서도 여전히 경쟁력 높은 공격수를 보강해 전력 상승을 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지난달 이미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이룬 손흥민은 어느 때보다 팀을 떠날 의사가 강하다. 손흥민은 MLS에 관심이 있다. LA FC가 현재 가장 적극적이다"고 보도했다.
손흥민 입장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은퇴 이후를 위한 의미가 크다. 손흥민은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향이 없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렇다면 행정가나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할 가능성이 큰데, 미국은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스포츠 비즈니스 천국이다.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구단 경영에 투자하는 분위기 속에 손흥민은 엄청난 인맥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 가는 데는 두 가지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는 이적료다. 지난 10년간 토트넘을 위해 헌신해 왔지만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손흥민을 그냥 보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영국 현지 보도들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계약이 1년 남은 만 33세의 손흥민에게 400억원가량의 이적료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LA FC는 창단 후 단일 선수 영입에 쓴 최고 이적료가 140억원이었다. MLS 전체를 따져도 최고 이적료 지출은 220억원이다. 토트넘이 이적료에서 상당 부분 양보해야 문이 열린다.
호날두의 길 갈까, 메시의 길 갈까 '선택 기로'
연봉도 현실적인 문제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서 18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MLS로 가면 당장 리그 전체 3위의 연봉에 해당한다. 1위는 277억원을 받는 리오넬 메시고, 2위는 210억원을 받는 로렌조 인시네다. 메시의 경우 유럽에서 받던 연봉보다 훨씬 낮은 대신 중계권 수익 공유, 스폰서십 등이 붙어 매년 800억원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며 데려올 수 있었다.
LA FC도 비슷한 방식으로 손흥민의 연봉과 옵션을 최대한 채워주려는 계획이지만, 이적료가 발생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손흥민의 미국행은 당장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토트넘이 당장 이적료 수입을 포기하거나, 손흥민이 FA 신분이 되는 1년 뒤에 오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결국 분위기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시 갈 수밖에 없다. 무함마드 빈 살만 회장이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의 지원 속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는 사우디의 팀들 정도가 당장 손흥민의 이적료와 연봉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나스르, 알아흘리, 알카디시야 등이 손흥민을 주목하고 있다. 알나스르와 알아흘리는 PIF가 투자하는 팀이고, 알카디시야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후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FIFA 클럽월드컵에서 돈의 힘을 과시했다. 알힐랄이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비기고, 16강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은 것. 알힐랄은 맨체스터시티에 승리한 뒤 선수단에 1인당 7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하며 화제가 됐다. 이런 씀씀이로 볼 때 당장 손흥민의 이적료와 연봉을 감당할 곳은 사우디가 유일하다.
이런 상황은 최근 손흥민에 대한 유럽의 관심이 조용해진 이유와 연결된다. 30대 중반을 앞둔 선수에게 400억원이 넘는 이적료와 200억원 수준의 연봉을 쓸 팀은 많지 않다. 최근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인 팀은 토트넘 시절 함께한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 정도로 알려졌다. 이적료가 없다면 유럽 내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팀이 나타날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 진입 장벽이 너무 큰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고향인 춘천에서 개인 훈련 중인 손흥민은 7월10일을 전후해 영국으로 출국, 토트넘에 합류한다. 토트넘 복귀 후 손흥민의 첫 스케줄은 신임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의 면담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프랭크 감독의 팀 운영 계획이 공유되면 손흥민은 토트넘 잔류 여부에 대한 자신의 미래를 확인하게 된다. 토트넘은 7월 말 한국을 찾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서울에서 친선전을 치르는데, 계약 조항상 손흥민은 이 방한 명단에 포함돼야 한다.
유럽 내 이적 가능성보다 사우디, 미국 무대로의 진출 가능성이 더 큰 손흥민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자신의 우상인 호날두처럼 사우디로 가서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개척자의 길을 택한 메시처럼 미국으로 가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명분을 잡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일보 후퇴의 분위기로 일단 1년 더 토트넘과 동행할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함께 한국을 찾는 향후 3주 동안 이들 선택지 속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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