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잼도시 여행, ‘하루면 충분’…짧지만 선명한 기억 남기기에 딱!
서울서 KTX 타고 1시간 남짓
도착해 빵 냄새 맡으며 여행 시작
꿈돌이 전시서 추억·귀여움 충전
칼칼한 두루치기로 한끼 든든히
대청호 나무그늘서 자연과 힐링
열정야구 응원하며 하루 마무리


뭐든 짧고 빠르고 확실한 걸 원하는 시대.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숙박 없이 맛집 탐방이나 체험, 구매를 위해 짧게 다녀오는 당일치기 ‘퀵턴(quick-turn)’ 여행이 유행이다. 퀵턴은 원래 항공사 승무원이 사용하는 용어로, 비행 후 바로 돌아오는 일정을 뜻한다. 국내 당일치기 여행지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바로 대전이다.
대전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관광 자원이 없어 ‘노잼 도시’로 불렸지만, 요즘은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빵집에다 여름 햇살 아래 걷기 좋은 호수길,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는 프로야구 경기, 귀여운 캐릭터까지 즐길거리가 알차서다. 사통팔달 교통망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성이 좋아 가성비 여행에도 적합하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떠나 하루를 꽉 채우고 돌아올 수 있는 도시. 3일, 대전으로 퀵턴 여행을 떠났다.
10:00 대전역 도착
서울에서 KTX를 타고 1시간 남짓. 대전역에 내리자마자 거짓말처럼 달콤한 빵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사람들 손엔 하나같이 유명 빵집 봉투가 쥐어져 있으니, 진정 ‘빵의 도시’다.

11:00 ‘꿈돌이 팝업 전시’에서 귀여움 충전
1993년 대전 엑스포 공식 마스코트 꿈돌이가 새로운 가족·친구와 함께 ‘꿈씨패밀리’로 돌아왔다. 대전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전시관 ‘아트사이트소제’에선 26일까지 꿈돌이 팝업 전시를 진행한다. 노란색 얼굴에 발그레한 볼, 머리에 푸른 별을 단 꿈돌이 조형물이 골목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오전 11시부터 입장할 수 있지만 대기 줄은 한시간 전부터 건물을 둘러싼다.
전시장 내부엔 꿈돌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대형 미디어아트와 포토존, 엽서를 꾸며 붙이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행객들은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엽서를 꾸미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아기자기한 꿈돌이와 짱구의 협업 굿즈,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꿈돌이 라면’ 세트도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욱 씨앤시티이스포츠 팀장은 “사진 찍기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위해 포토존을 다양하게 마련했고, 꿈돌이 굿즈는 대전과 세종시 지역의 여러 관광 기업 제품을 판매해 상생한다”며 “전시를 운영하는 3주 동안 국내외 방문객이 1만8000명을 넘길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와 함께 ‘빵지순례(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에 나선 양혜선씨(24·부산 수영구)는 “피낭시에가 유명한 빵집을 들렀다가 쉬어 갈 겸 팝업 전시장을 둘러봤다”며 “귀여운 캐릭터까지 보고 갈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했다.
13:00 매콤 칼칼한 ‘두부두루치기’로 한끼 든든
그 지역 향토음식을 찾아 먹는 게 여행의 묘미다. 중앙로역 근처 골목엔 두부두루치기 전문점이 여럿 있는데, 50년 가까이 영업 중인 노포를 찾았다.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은 빨간 양념은 맵지만 계속 당기는 맛이다. 두툼하게 썰린 두부가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중간에 칼국수 사리도 넣어 양념에 비벼 먹어야 한다. 식당 종업원은 “함께 나온 멸치 육수를 살짝 부어 자작하게 비벼 먹는 게 맛있다”고 귀띔했다.
15:00 느리게 쉬어가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오후엔 잠시 속도를 늦춰본다. 도심에서 벗어나 대청호로 향했다. 대청호를 둘러 조성된 ‘오백리길 명상정원’은 대전의 자연 힐링 명소다. 완만한 덱 길은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기 좋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 산책로를 따라 걷다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힌다. 햇빛이 쏟아지는 잔잔한 호수와 그 호수 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18:00 응원의 함성이 들리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여름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곳. 올해 3월 새롭게 개장한 야구경기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다.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의 거침없는 승리 행보는 야구팬들을 대전으로 이끄는 이유가 됐다. 이날은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경기 전부터 야구팬들이 응원 도구와 유니폼을 장착하고 경기장 근처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뜨거운 날씨에 버금가는 뜨거운 애정이 느껴진다. 임정윤씨(21·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손부경씨(20·대전 중구)는 각 팀에서 나온 귀여운 캐릭터 유니폼을 챙겨 입었다. 임씨는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기 위해 원정 여행을 왔다”며 “각자 응원하는 팀은 다르지만, 3루 끝자리에서 함께 관람할 예정”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날 경기는 연장 11회 끝에 7대7 무승부로 끝났다.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숨 돌림, 부담 없이 하루만 시간을 내보자. 짧은 만큼 선명하게 기억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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