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계획형 인간의 급여행

김지은 기자 2025. 7. 1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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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급하게 떠나는 해외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밤 9시에 다음 날 오후 5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손준호 제공

[우먼센스] 나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아내는 내게 "여행 다닐 때만 계획형으로 바뀐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소속사 팜트리아일랜드의 콘서트가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서 급하게 여행을 결정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다음 날 오후 5시에 떠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맞은편에 앉은 아내는 좋아하는 건지, 황당해하는 건지 모를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이 참 보기 좋았지만, 무엇보다 집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꿈나라에 있는 아들 주안이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주안이는 한 달도 넘게 남은 휴가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며 "휴가를 재밌게 즐길 생각으로 방학에 학원을 다니며 버티고(?) 있어"라고 말했었다. 그런 주안에게 나는 "널 위해 하는 공부이고, 학원인데 왜 버텨?"라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주안이는 내 말투와 표정을 보며 약이 올라 "그렇게 이야기하지마! 그러면 공부하기 싫어진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약이 오른 모습이 귀여워서 다양한 질문을 던져봤다. 요즘 말로 아들을 '긁어'봤는데,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마음이 한껏 들떴다.

손준호 제공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어느새 여행 당일이 되었다. 주안이는 기특하게도 짐을 다 챙긴 후 학원에 갔다. 밤비행기이니 할 일을 다 하고 간다며 학원에서 학구열을 불태웠다. 나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라 참 신기했다. 한편으론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아내를 닮은 걸까? 나는 앞에 좋은 게 있으면 일단 그것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다른 일을 해결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나와 비교하면 아들은 끈기가 있었어 대견해 보였다.

오후 1시 50분. 주안이의 학원이 끝날 시간이었지만, 아내와 내가 짐을 싸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 칼같이 전화가 걸려와 "왜 안 와? 어디야?"라고 물었다. 얼마나 기다렸을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곧 간다고 달랜 후 서둘러 짐을 싸서 아들을 데리러 갔다. 주안이가 챙긴 여행 짐은 완벽했다. 비행기에서 즐길 것부터 현지에서 사용할 것까지 나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반면 나와 아내는 아쉬움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 챙긴다고 챙겼지만, 급하게 짐을 싸다 보니 빠뜨린 것이 생긴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웃는 아들이 유난히 귀여웠다.

공항에 도착해 회사 식구들을 만났다. 늘 가족끼리만 여행을 다녔던 주안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어색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익숙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화도 잘했고, 숙소와 일정에 대한 설명도 열심히 들었다. 단체 여행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주안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수영장이 제일 중요했는데, 크기를 듣더니 물안경을 챙겼다며 "아빠 물안경도 내가 챙겼다"며 나를 안심시키는 세심함도 보여줬다.

손준호 제공

여행을 떠나면 주로 관광지를 다니던 우리 가족에게 리조트에서 보내는 휴양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레스토랑 예약 시간에 맞춰 맛있는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서 둥둥 떠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어른들의 수다가 재미없을 것 같아 주안에게 "괜찮아?"라고 물으면, 그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즐기고 있어. 걱정하지마"라고 시크하게 답했다. 동료들도 주안이가 참 의젓하다며 "누구를 더 많이 닮았냐"고 묻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주안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안에게 "친구들 없이 어른들이랑만 다녀온 여행 어땠어? 재미없고 심심하지 않았어? 만약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었다. 주안은 흔쾌히 "당연히 같이 가야지!"라며 "전혀 심심하지 않았어. 가만히 이야기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답답하기도 했어. 다 똑같은 것 같아"라고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어? 다 듣고 있었네? 아닌 척하고 있었네?"라고 놀렸고, 주안은 "나는 그런 적 없는데? 그냥 앉아 있었는데 내가 언제 그러고 있었어?"라며 약이 올라했다. 주안은 전부터 자주 본 삼촌들이라 편했고, 부모님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분들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다음에 또 가자"는 아들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CREDIT INFO

글·사진 손준호(뮤지컬 배우)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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