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원가절감, 스페셜티 발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쏠린다. 정부·기업 등 플레이어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서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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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석유화학, 터널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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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436억원 수준이다. 7개 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역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 등 '빅4' 화학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총합은 1조원을 넘었다. 2021년 화학 4사의 총 영업이익이 9조원대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범용 화학제품 과잉생산,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 위축이라는 구조가 여전히 공고하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LG화학 등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에도 2분기 화학제품 합산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는 전기대비 4% 상승에 불과했다"며 "여전히 수요 불확실성과 공급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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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방법은 많지만 이해관계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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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분기 주요 석유화학 기업 영업이익/그래픽=이지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저가 중국 제품의 범람 속에 사실상 한계 사업으로 전락한 NCC(납사분해시설) 등 범용 업스트림 부문의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진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시도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점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안은 정부가 화학산업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예외 적용하고, 특정 기업에 NCC 등 범용 사업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일본이 했던 구조조정과 유사한 시나리오지만,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 부문들을 한 두 기업에 모으는 게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나온다. '마이너스'끼리 합쳐봐야 '더블 마이너스'가 될 뿐이라는 우려다.
정유사들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방안 역시 언급되고 있다. 범용 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선 원유를 다루는 정유사들이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유사들 역시 원유를 중동 등에서 받아오는 중이고, 저탄소 산업이 떠오르는 가운데 정유업계를 둘러싼 환경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아예 국가가 나서서 NCC 등을 통합해 일종의 공기업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연히 정부가 막대한 적자를 짊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겠느냐는 회의론이 함께 발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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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의 고통 감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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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석유화학 업계는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통한 R&D 지원 확대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주요 기업이 발족한 '미래산업포럼'이 제1회로 연 포럼의 주제 역시 석유화학 구조조정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했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모든 플레이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 속에서 새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업계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을 두고 쿠웨이트석유공사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NCC 통합 방안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매각, 통합, 설비 폐쇄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화학 단지가 위치한 여수, 대산, 울산 등지에서 인력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새 정부가 이같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의지가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