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거룩한 식사 - 황지우
정훈탁 2025. 7. 13. 00:05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아내는 처가에서 자고, 아들 녀석은 한밤중에 들어오고, 집에서 혼자 저녁밥을 먹었다. 점심을 못 먹었던 터라 배는 고프고, 접시 하나에 찬밥, 김치, 계란후라이 담아서 허겁지겁 맛있게도 먹었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 하지만 먹고 나니 혼자라 외로웠다.
집에서건 일터에서건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들끼리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야겠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