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술문화는 왜 다른 것일까 [명욱의 술 인문학]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방식에는 단순한 취향 그 이상이 담겨 있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마시는지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정치 구조, 인간관계의 방식, 심지어 문명의 깊은 층위까지 엿볼 수 있다.
같은 술이지만, 마시는 방식은 문명의 반영이었다.
술은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명이 신뢰를 만들어온 방식이자, 인간이 관계를 맺는 깊은 언어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방식에는 단순한 취향 그 이상이 담겨 있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마시는지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정치 구조, 인간관계의 방식, 심지어 문명의 깊은 층위까지 엿볼 수 있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신뢰를 표현하는 도구였고, 동서양은 이 술을 다르게 사용해왔다.

동양은 달랐다. 술 한 잔이 계약을 대신했다. 대표적인 것이 ‘하사주’다. 왕이 신하에게 술을 내리는 행위는 그를 인정하고 품겠다는 표시였고, 술을 받는 이는 그 질서와 관계를 받아들이는 묵시적 동의였다. 종이에 이름을 쓰지 않았을 뿐, 이는 일종의 무언의 계약이었다. 조선 시대의 향음주례에서도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예절을 실천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재확인하는 의식이었다.
이처럼 동양은 관계를 문서보다 행동으로 맺었다. 술은 인간관계의 매개체이자 신뢰를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이는 곡물 생산 방식에서도 기인한다. 벼농사 중심의 동양은 협력과 공동체가 필수였고, 높은 인구 밀도는 위계와 예절의 발전을 촉진했다. ‘우리’가 중요했고, 성이 이름보다 앞섰다.

결국 서양은 계약서 한 줄로 신뢰를 보장했고, 동양은 술 한 잔으로 질서를 만들었다. 같은 술이지만, 마시는 방식은 문명의 반영이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누군가는 건배를 나누고, 누군가는 두 손으로 잔을 올린다.
그 안에는 수천 년의 문화와 인간관계의 철학이 숨어 있다. 술은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명이 신뢰를 만들어온 방식이자, 인간이 관계를 맺는 깊은 언어였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재테크 없이 한강뷰…74세 미혼 윤미라 "어머니 덕분”
- 3년간 전교 1등만 하던 여고생…새벽 1시, 교무실서 무슨일이 [사건 속으로]
- 결혼 11년 만에 남남, 이수·린…이혼 6개월 만에 ‘70억 부동산 대박’
- 샤워 후 ‘딱 10분’…문 닫는 그 1초가 곰팡이 천국을 만든다
- “나 혼자 ‘진짜’ 잘 산다”…기안84, 건물주 등극 이어 연 수입만 ‘46억’ 비결
- 이범수와 소송 중인 이윤진, 생활고 딛고 ‘세계 1위’ 리조트 대표 됐다…“인생 역전”
- "캬! 국물이" 무심코 뜬 한 숟가락…한국인의 위는 늘 상처 입은 상태 [건강+]
- “아들이 남편 이상해 손목 잡으며 말려” 김영임, 47년 눈물의 고백 “매일 이혼 원해”
- “축의금까지 포기했다” 김영희, 빚투 논란 모친과 절연 택했다
- 65세 유열, ‘폐섬유증’ 투병 고백…“사실상 사망 선고, 숨도 제대로 못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