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문화 걸작 '반구천 암각화',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등재 [종합]
매해 침수·노출 반복 앞으로 보존 대책 관건

수천 년 전 한반도에 거주한 옛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삶과 예술의 흔적이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격상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선사시대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적 표현을 인정했다.
'국보 중의 국보'로 평가받았지만, 1965년 건설된 댐으로 인해 해마다 침수와 노출을 반복해온 만큼 앞으로의 보존 대책이 관건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암각화 두 곳을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했다.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돼 있다. 한반도 선사문화의 결정체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사전 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5월 이 유산에 대해 등재 권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평가를 토대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수천 년 전 한반도 사람들의 예술 감각과 생존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이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울산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절벽에 위치한다. 주요 암면 기준으로 높이 약 4.5m, 너비 8m 크기의 바위에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2023년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3D 스캔과 실측을 통해 펴낸 자료집에는 총 312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도 50마리가 넘는 고래가 묘사돼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보다 앞서 1970년에 존재가 알려진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반구대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높이 2.7m, 너비 10m에 달하는 바위에 도형, 글자,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의 추상 문양부터, 신라 법흥왕 시기에 새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까지 존재해 고대 신라 사회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유산은 선사인들이 바위에 남긴 치열한 삶의 흔적이자, 시대를 초월한 창작의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국가유산청도 앞서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의 변화를 집약한 유산"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등재는 동시에 오랜 시간 논란이 된 침수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대곡리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는데, 최근 10년간 연평균 40일 이상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수위 조절, 임시 제방, 물막이 등 다양한 보호 대책이 논의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야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등재 결정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암각화 보존·관리를 위한)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은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향후 유네스코와 관련 상황을 긴밀히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등재로 한국의 세계유산은 총 17건이 됐으며, 이 중 문화유산이 15건, 자연유산이 2건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세계유산 등재까지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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