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민주당 집권하면 주가 오른다?”…여당의 ‘더 센 상법’ 드라이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주주환원·지배구조 두 마리 토끼 잡기
與,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등 여야 쟁점 법안도 ‘패키지’로 처리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민주당이 집권하면 주가가 올랐습니다. 가짜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시장을 불공정하게 운영해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옭아맸던 주식 시장에 '코스피5000'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실현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5월29일 서울 강남4구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이 같이 강조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실제로 그의 취임과 동시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취임 직전인 지난달 2일 2697.67이던 코스피 지수는 7월11일 3175.77까지 치솟으며 한 달여 만에 17.72% 올랐다. 연간 상승률로 보면 30%가 넘는다.
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임기 초반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19일 만에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대통령의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이행을 위한 입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 3일 '민생 1호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3% 룰' 등까지 담겼다.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행사됐던 내용보다도 한층 강화된 것이다.
증시에 훈풍이 돌고 당정이 열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법 개정 이후 주가 부양을 이끌어 갈 추가적인 움직임에 물음표를 띄웠다. 실제 코스피는 개정안 통과 이후 3000선 초반에서 횡보세를 보이며 일부 상승 재료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정부 발밑까지 덮치면서 하반기엔 대외 악재까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법 개정 2라운드' 돌입…이번엔 자사주 의무 소각
이런 상황을 타계할 민주당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더 센 상법'이다. 앞서 코스피5000 특위는 상법 개정 직후 "이번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센 상법은 아직"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코스피5000 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도록 해 실질적인 주주환원책이 작동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있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오랜 기간 보유하며 경영권 방어나 합병·분할 과정에서 우호 지분처럼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특정 세력에게 넘기는 등 '꼼수' 활용 사례도 빈번히 발생했다.
김 의원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회사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유사한 주주환원 효과를 가져온다"며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자사주를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제안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자사주가 지배구조 왜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실제로 자사주 비율이 10%를 초과하는 상장사는 216개에 달하며, 40%를 넘는 기업도 4곳이나 존재하는 등 자사주가 과도하게 축적·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즉각 반응…기업들은 긴장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증권·지주사들의 주가는 9일 일제히 급등했다. 이들은 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10% 이상으로, 이번 개정안에서 거론되는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내부에서도 적극 지원을 받고 있다. 이날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마친 박찬대 의원은 첫 일정으로 유튜브 '온라인 주주총회' 행사에 참여해 상법 개정안 후속 입법 띄우기에 나섰다. 박찬대 의원은 "첫 공식 일정에서 상법 개정안을 이야기 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실 텐데, 저는 이렇게 답하겠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7월 임시국회 회기 중 다른 쟁점 내용을 추가해 상법 개정안을 '패키지 입법'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번 상법 개정안에서 빠진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이 주요 논의 테이블에 함께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역시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대의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되던 카드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선 의무 소각 부담이 커질수록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주저하면서 주가 안정 수단이 사라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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