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비동의 임신' 고백 파장…생식세포 사용, 윤리·법제 사각지대 도마 위
표언구 2025. 7. 12. 08:02
보도기사
(최근 전남편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 임신 사실을 공개한 배우 이시영)
방송인 사유리 비혼출산(CG)
(체외수정)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시영 '비동의 임신' 고백 파장…생식세포 사용, 윤리·법제 사각지대 도마 위
(작고 소중한 아이의 손)
박 이사장은 이어 “국가 차원의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우 이시영 씨가 이혼한 전 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 임신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시영 씨의 사례는 단순한 비혼 출산이나 여성의 출산 결정권 문제를 넘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자나 난자를 이식하거나 활용하는 문제까지 제기하며 사회적 파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불임·난임 치료를 위한 보조생식술은 연간 20만 건 이상 이뤄질 만큼 보편화된 의료 행위입니다.
그러나 배아의 생성, 보관, 이식, 폐기 각 단계에 대한 법적 요건과 제도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법적·윤리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2007년에는 방송인 허수경 씨가 “정자 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로 임신했다”고 밝히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당시 허수경 씨의 당당한 공개는 ‘자발적 싱글맘’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제를 사회적 의제로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어 2020년에는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아들을 출산했다고 공개하며, 자발적 비혼 출산과 관련된 이슈에 다시금 주목이 쏠렸습니다.
허수경 씨와 사유리 씨의 사례는 논란 속에서도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모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시영 씨의 사례는 한발 더 나아가 ‘동의 없는 정자 사용’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나아가 ‘동의 없는 난자 사용’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시영 씨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법적 관계가 정리돼 갈 즈음 공교롭게 배아 냉동 보관 만료 시기가 다가왔다”며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게는 온전히 안고 가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전 남편의 동의 없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고백입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이시영 씨처럼 상대방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법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아 생성 의료기관은 난자와 정자를 채취할 때 기증자·시술 대상자·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배아 생성 이후 이식 단계에서도 별도의 동의를 받기도 하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법적 조항은 없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배아를 생성하기 위한 시술에 대해서는 양측의 동의를 받고 있지만, 이식하는 과정에서의 동의 절차는 명확하지 않다”며 “법적 회색지대에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 역시 “현실적으로 배아 이식 단계에서 혼인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법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없으므로 환자가 거부한다면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대의 동의 없이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난임 시술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진행 중인 이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난임 커뮤니티에는 “생명에 관한 것이라 법적인 조치가 당연히 촘촘할 줄 알았다. 불법은 아니지만 신체에 대한 근본적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또 다른 여성 이용자 역시 “반대로 제 동의 없이 이혼한 남편이 내 배아를 누군가에게 이식해서 출산한다면 너무 화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정자 기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생식세포를 무분별하게 활용해 문제가 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달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네덜란드의 니코 카위트 씨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그는 난임 부부를 돕겠다는 취지로 정자를 기증했다가 자녀가 30여 명에 이르게 됐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단일 정자 기증자를 통해 태어날 수 있는 아이 수를 25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호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호주 ABC 방송은 기증받은 정자로 태어난 캐서린 도슨 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도슨 씨에게 최대 700명의 형제·자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70~1980년대 호주에서는 정자를 기부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으며, 이를 악용해 여러 이름을 사용하며 수백 차례 자신의 정자를 기증한 사례들이 드러났습니다.
정자 기증을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유명 인물들도 존재합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는 세계 12개국에서 정자 기증자로 활동하며 약 106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지구에 지능이 높은 사람이 늘어나야 서양 문명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한 여성 인플루언서에게 정자를 기증해 13번째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스크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을 그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영화에도 반영됐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대가족>은 의대생 문석(이승기 분)이 의대 교수의 강요로 500여 차례 원치 않는 정자 기증을 하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렸습니다.
문석은 도중에 중국집 배달원에게 돈을 주고 자신인 척 정자를 기증하게 하며, 이후 기증된 정자로 태어난 수많은 아이들의 친부를 둘러싼 대혼란이 벌어집니다.
코미디 형식의 영화지만, 내용은 ‘묻지마 정자 기증’이 지닌 위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교수의 “우수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인식은 나치의 우생학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처럼 생식세포가 부실하게 관리되거나,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활용될 경우 ▲수십·수백 명의 생물학적 형제가 생기고 ▲친권·양육권 문제는 물론 ▲혈연과 가족, 근친 개념이 모호해지며 ▲우생학 논란 ▲사기 ▲생명 경시까지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 역시 생식세포에 대한 법적 제도 정비가 매우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자 기증 횟수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타인의 불임치료를 위한 난자 채취 빈도를 평생 3회로 제한하고 있지만, 정자 채취 횟수에 대한 제한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에도 정자 관련 조항은 빠져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병원에서 치료 또는 진단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남은 조직·세포·혈액 등을 의료기관이 활용하려면 피채취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식세포 활용의 절차적 통제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생식세포 활용에 대한 법제 정비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이뤄진 난임 시술은 총 20만7건으로, 2019년 14만6천354건 대비 36.7% 증가한 수치입니다.
초고령·저출생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보조생식술은 확산되는 추세이며, 이시영 씨의 사례처럼 그 과정에서 법의 사각지대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보조생식술이라는 비교적 낯선 의료 제도에 대해 의료진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도 제도 전반에 대한 공공 홍보와 규제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엄경천 가족법 전문 변호사는 “배아 생성에 동의한 후 당사자가 원할 경우 그 동의를 철회할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의료기관에 명시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시영 씨 사례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사회가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배아 생성 및 이식을 통한 체외수정 관련 관행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비혼 여성을 위한 난임 시술은 제도권 내에서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사실상의 혼인 관계 포함)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박남철 재단법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비혼 출산과 보조생식술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속에서도 보조생식술에 대해 여전히 배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TJB 대전방송 (사진 연합뉴스)
표언구 취재 기자 | eungoo@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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