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추억은 슬픔을 이기는 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십 년간 함께 지냈던 반려견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사진들을 돌아보는데 거기에는 많은 추억과 함께 다양한 감정들, 행복과 기쁨, 익살스러움, 피곤하고 지친 모습들, 또 여러 번의 이사와 이런저런 사건(책 출간, 유학, 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 등 지난 삶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덕분에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 반려견에게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위로를 받았는지 되새길 수 있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십 년간 함께 지냈던 반려견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었고 준비할 시간은 짧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사진들을 돌아보는데 거기에는 많은 추억과 함께 다양한 감정들, 행복과 기쁨, 익살스러움, 피곤하고 지친 모습들, 또 여러 번의 이사와 이런저런 사건(책 출간, 유학, 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 등 지난 삶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덕분에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 반려견에게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위로를 받았는지 되새길 수 있었다. 이별은 힘들지만 함께한 기쁨이 몇 배나 더 크기 때문에 과거로 되돌아가더라도 역시나 다시 함께하겠다는 선택을 내릴 것 같다.
괜히 생각하면 힘드니까 돌아보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했지만 열심히 추억하고 함께 많이 행복했음을 확실하게 느끼는 편이 더 후회와 슬픔을 많이 내보내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런 한편 우리 반려견을 만나서 너무 행운이었고 감사하다는 생각은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추억 또는 노스텔지어란 과거의 아름다웠던 시간에 대해 아쉬움과 소중함, 갈망 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첼시 리드 찰스턴대의 연구자에 의하면 소중한 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후회를 곱씹게 만들기보다 그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에 덜 집착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2년 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경험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한달 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함께한 추억을 자주 떠올리고 추억함으로써 고인을 기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인 곱씹기와 잠을 설치는 등의 스트레스 증상을 비교적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름다웠던 시간을 추억하는 행동이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들을 쭉 보다가 반려견과 처음 만난 첫 1년의 사진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열심히 찾아서 겨우 다시 그 때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은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들여다보면서 (마음 속으로) 강아지 별에서의 안부도 묻고 다른 가족들과도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나누고 싶다.
좋은 액자도 하나 마련하고 나무도 하나 심어야지. 삶은 짧으니까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다면 최대한 요란하게 표시해둬야 티가 나지 않을까.
삶의 시간이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만 작게 반짝이는 추억들이 모여서 대체로 밝게 빛났다고 말 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본다.
Reid, C. A., Green, J. D., Short, S. D., Willis, K. D., Moloney, J. M., Collison, E. A., Wildschut, T., Sedikides, C., & Gramling, S. (2020). The past as a resource for the bereaved: Nostalgia predicts declines in distress. Cognition and Emotion, 35(2), 256-268. https://doi.org/10.1080/02699931.2020.182533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