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헤이수스가 잘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5. 7. 1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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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CSW율이라는 지표가 있다. 주심이 존 안에 들어왔다고 판정하는 ‘콜드 스트라이크’와 헛스윙을 합산한 수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뜻이다.
3월22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치른 경기에서 KT 위즈의 선발 투수 헤이수스가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KT 왼손 강속구 투수 엔마누엘 데 헤수스(등록명 헤이수스)는 5월 시작과 함께 부진을 겪었다. 네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고,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5.64였다. 앞 5경기에서 0.95로 호투했던 점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5월 네 경기 다음의 세 경기에서는 모두 QS에 도합 20이닝 1실점이라는 대단한 투구로 반등에 성공했다.

예상 가능한 반등이었다. CSW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부진했지만 5월 초의 네 경기에서 헤이수스의 CSW율은 이미 28%, 34%, 38%, 37%로 매우 높았다.

CSW율은 미국 야구 분석가 닉 폴록이 2018년 고안한 지표다. 전체 투구 중 CSW 비율로 정의된다. CSW는 주심이 존 안에 들어왔다고 판정하는 콜드 스트라이크(Called Strike)와 헛스윙(Whiff)의 합산이다. 올해 KBO리그 평균은 28%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27%이고, 일본 프로야구(NPB)는 28%이다. 수준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세 리그가 거의 일정한 값을 유지한다는 게 흥미롭다. 이 수치가 30% 이상이라면 수준급이다. 25% 아래라면 상당히 좋지 않다.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는 중요하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투수는 볼넷으로 자멸한다. 투타 대결은 볼카운트 싸움이다. ‘볼=스트라이크 카운트(0-0, 1-1, 2-2)’에서 올해 리그 타율은 0.276이다. ‘스트라이크〉볼’인 카운트에선 타율이 0.206으로 급감한다. 반면 볼〉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선 무려 0.303이다.

볼과 관계없이 스트라이크(S)로만 따지면 0S에서 타율은 0.274, 1S에서 0.328, 2S에서 0.186이다. 2S 상황이라고 해서 타자 타격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스트라이크 세 개면 아웃인 경기다.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당하면 공격 기회가 계속 주어지지만 세 번째라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2S 카운트에서 타율이 급감한다.

그런데 모든 스트라이크가 같은 가치를 갖는 건 아니다. 야구 규칙상 배트에 맞은 공은 모두 스트라이크로 간주된다. 스트라이크라는 말 자체가 ‘배트로 공을 쳐라(Strike)’는 뜻이다. 초기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을 의미했다. 2S에서 파울 스트라이크가 계속 나오면 투수가 지칠 뿐이다. 어떤 투수가 공 다섯 개를 던져 모두 안타를 맞았다면, 기록상 스트라이크율은 100%다. 하지만 피안타율 10할로 ‘잘 던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에서 ‘좋은 스트라이크’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CSW, 즉 콜드 스트라이크와 헛스윙이 바로 ‘좋은 스트라이크’다. 이런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공은 대체로 구속, 무브먼트, 제구, 앞에 던진 공과의 콤비네이션이 좋다. 따라서 CSW율이 높은 투수는 구위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인 ‘커맨드’도 좋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CSW율이 높은 구종을 갖고 있다면 2S 카운트에서 삼진을 잡는 결정구로 쓸 수 있다.

통계적으로 CSW율은 투구 결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투구를 평가하는 좋은 지표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투수의 자책점 기록은 투수의 능력뿐 아니라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아웃 여부에는 수비수들의 능력과 운도 개입한다. 그래서 투수가 통제할 수 있는 삼진, 볼넷, 땅볼 유도 능력 등을 떼어낸 SIERA(Skill-Interactive ERA)라는 지표가 고안됐다. 2018년 수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CSW율은 평균자책점과는 상관관계가 낮지만 SIERA와는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구원보다는 선발투수 포지션의 예측력이 더 높다.

KBO리그에선 어떤 투수가 CSW율이 가장 높을까. 6월24일 현재 규정 이닝 50% 이상을 채운 투수를 기준으로 할 때, 올해 투수 골든글러브 1순위인 코디 폰세가 35.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폰세는 2022년 NPB 니혼햄에 입단해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과 적응 문제로 전반적으로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 한화에서는 NPB 시절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2024년 일본에서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151.8㎞였지만, 올해 한화에선 시속 153.4㎞다. 두 리그는 구속을 같은 트랙맨 시스템으로 측정한다. 또한 폰세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신종 체인지업인 ‘킥체인지’를 던지고 있다. 올해 폰세의 체인지업 CSW율은 39%에 이른다. 여기에 커브는 무려 48%다. 커브는 강속구와 짝을 이룰수록 효과가 높아지는 공이다.

한화이글스 코디 폰세 투수. ⓒ연합뉴스

 

10패 기록한 투수의 CSW율 보니

KBO리그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SSG 우완 드류 앤더슨이 CSW율 34.1%로 두 번째로 높다. 앤더슨도 폰세와 같은 파워피처다. 포심 평균 시속 153.3㎞로 올해 리그 투수 중 롯데 윤성빈(154.4), 김서현(154.2), 폰세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르다. 폰세와 마찬가지로 커브(44%)와 체인지업(38%) CSW율이 높다. NC 라일리 톰슨은 33.4%로 앤더슨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라일리도 평균 시속 150.4㎞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다. 두 투수와 달리 슬라이더가 가장 높은 CSW율(40%)을 자랑한다.

국내 투수 가운데는 KT 사이드암 고영표가 CSW율 32.9%로 최고다. 전체로는 4위다. 고영표는 올해 헛스윙을 끌어내는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래서 9이닝당 삼진이 지난해 7.11개에서 올해 9.11개로 두 개 늘어났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Whiff%·헛스윙/스윙)이 34%에서 42%로 크게 올라간 게 이유다. 이 구종 리그 평균치가 29%라는 점에서 대단하다. CSW율도 29%에서 35%로 향상됐다.

고영표의 동료 KT 소형준이 국내 투수 중 두 번째(전체 7위)로 높은 CSW율(32.2%)을 기록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해엔 21.7%였다.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투수다. 올해는 커터 구사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변화를 주었다. 소형준의 투심 CSW율은 34%에 이른다. 리그 평균(26%)을 크게 웃돈다.

한화 파워피처 문동주가 CSW율 30.8%로 전체 11위, 국내 투수 중 3위에 올라 있다. 문동주는 평균 시속 151.2㎞ 강속구가 주무기다. 상대 타자들은 문동주의 강속구를 의식하며 타선에 선다. 포심 CSW율은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커브(40%)와 슬라이더(36%), 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던지는 스플리터(33%)로 ‘좋은 스트라이크’를 잡아낸다.

국내 선수 4위(전체 12위)는 SSG 베테랑 왼손투수 김광현(30.8%)이다. 올해 37세 나이에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공을 던지고 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올해 내·외국인을 통틀어 왼손투수로는 최고로 평가된다. 슬라이더 CSW율은 32%로 수준급이다. ‘제4구종’으로 던지는 스플리터는 35%로 더 좋다.

같은 기준에서 CSW율이 가장 낮은 투수는 두산 사이드암 최원준(22.0%)이다. 최원준이 올해 패스트볼 구위가 좋아졌음에도 6월 말까지 무승 6패로 고전하는 이유다. 6월17일 SSG전에서 10패째(무승)를 당한 키움 김윤하가 23.5%로 두 번째로 나쁘다. KBO리그 역사상 시즌 10패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모두 215명. 이들 가운데 무승 투수는 아직 전무하다. 1986년 장명부의 1승(18패)이 ‘10패 이상 최소승’ 기록이다. 김윤하의 동료인 조영건(23.8%)과 김선기(23.9%)가 그다음이다. 올해 키움의 ‘투수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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