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 드릴게요, 제발" 이 말 턱 끝까지…이동 노동자들 '숨 턱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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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그나마 나아요. 더 비좁은 데 있으면 땀이 엄청 많이 나서 옷이 젖어요."
11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김경인씨(53)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김씨는 "지금은 그나마 나은데 다른 고객들은 다들 오전에 에어컨 끈 상태"라며 "지난해 여름 에어컨을 아예 안 트는 어르신이 계셔서 '제가 전기세 드릴 테니 제발 틀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숨을 가쁘게 쉬며 견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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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그나마 나아요. 더 비좁은 데 있으면 땀이 엄청 많이 나서 옷이 젖어요."
11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김경인씨(53)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올해로 방문점검원 경력 8년 차인 김씨는 몸을 분주히 움직이며 정수기 수조를 씻어냈다.
김씨가 챙겨온 손선풍기로는 30분 내내 몸을 움직이느라 흘린 땀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씨는 덥고 습한 화장실에서 공기청정기 필터를 세척할 때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오전 체감온도는 30도에 육박했다.
매년 여름 방문점검원들은 폭염으로 인해 곤욕을 겪는다.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며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상당수의 고객이 에어컨을 틀어두지 않는다. 가령 식당의 경우 브레이크 타임에 전기료를 절약하느라 에어컨을 꺼둔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은 그나마 나은데 다른 고객들은 다들 오전에 에어컨 끈 상태"라며 "지난해 여름 에어컨을 아예 안 트는 어르신이 계셔서 '제가 전기세 드릴 테니 제발 틀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숨을 가쁘게 쉬며 견뎠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0~13가구, 더 많게는 16가구를 방문하다 보면 쉴 여유도 없다. 한 가구당 정수기의 경우 점검 및 관리에 드는 시간이 20분 이상, 그 외 가전제품은 10분 이상으로 가전제품을 여러 개 사용하는 가구는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장시간 햇빛에 노출된 차 안의 열기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이기에 쉴 공간도 부족하다. 김씨는 "일부 점검원들은 여름철 자전거를 타며 이동한다"며 "너무 덥고 힘들다. 여름만 되면 '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신태하씨(46)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택배기사 경력 2년 차 신씨는 이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높은 계단을 오르내렸다. 신씨는 에어컨도 없는 물류 창고에서 택배를 분류하느라 이미 땀을 잔뜩 흘린 뒤였다.
택배 차량은 시동을 껐다가 켜고를 반복하니 에어컨 바람을 제대로 쐴 수가 없었으며 택배가 실린 화물칸의 공기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날 택배 차량 계기판은 외부온도 37도를 표시하고 있었다.
신씨는 "맞춰야 하는 시간이 있다 보니 따로 쉴 수가 없다"며 "이런 폭염에는 그냥 녹아내리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는 아침에 500ml 짜리 얼음생수 1병 주는게 전부"라며 "최근 아내가 '아이스 조끼'라도 사준다고 해서 배달을 기다린다"고 했다. 이날 신씨와 함께 택배 배달에 나선 기자의 등과 바지는 모두 1시간 만에 땀에 젖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폭염감시단엔 김씨, 이씨와 같은 직군의 폭염 애로사항이 쏟아지고 있다. 폭염감시단은 오는 9월30일까지 고충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직군은 쉬는 행위가 매출 감소로 직결되기에 폭염 시기 휴식 보장권만 단순히 제공하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200여명 중 37.8%가 일을 하던 중 기후재난으로 위협을 느꼈지만 일을 중단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이후 누적될 물량이나 실적'을 지목했으며, 35.5%는 '수익 감소'를 지목해 그 뒤를 이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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