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컴퓨팅 인프라 구축 추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 유행) 기간에 재택근무와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수요 조정 국면이 찾아오면서, 2023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2.68%)의 절반 수준인 1.12%로 급락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대만의 2024년 GDP 성장률은 4.84%로 반등했다.
대만 경제 전문가인 왕수펑(王樹鳳) 아주대 경영학 교수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만 정부는 ‘스마트 국가 프로젝트’와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산업의 클라우드, 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도입을 지원해 왔으며, 이런 정책이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 제고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강한 회복 탄력성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라이칭더 총통이 2024년 5월 취임 연설에서 ‘5대 신뢰 산업’ 중 반도체와 AI를 핵심 분야로 지목한 점에 주목했다. 왕 교수는 “대만 정부의 반도체·AI 정책은 △핵심 기술의 자체 개발 △제조 및 혁신 역량 현지화 △정부 부처 간 협력과 글로벌 연계 등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대만 정부는 ‘타이와니아(Taiwania)’ 시리즈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AI 연산과 추론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 1900억대만달러(약 8조8600억원)를 투자해 전국 단위의 AI 전용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및 에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AI, 고성능 컴퓨팅(HPC), 그린 에너지 등 전략산업에 대해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보조금, 인재 양성, 전력·토지 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통해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구글, AMD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이 대만에 AI 연구 거점을 설립한 것도 고용 확대와 기술력 향상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만은 2020년대 선진 경제권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비결은.
“대만은 집적회로(IC) 설계부터 웨이퍼 제조, 패키징, 테스트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부는 ‘아시아 실리콘밸리 프로젝트’와 ‘스마트 기기 추진 정책’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고도화를 적극 추진했고, R&D 투자도 확대했다. 수출 중심의 첨단 제조업, 안정적인 공공 보건 시스템, 유연한 정책 운용이 결합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설명해달라.
“대만 정부는 전자 설계 자동화(EDA), 첨단 패키징,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 HPC 등 반도체 핵심 기술의 자체 R&D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제 혜택, 토지·전력 공급 보장, 공장 설립 신속 심사 제도 등을 통해 AI 반도체 생산의 현지화를 강화하고 있다. 가오슝, 타이중, 짜이, 핑동 등에는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해 ‘반도체 S 자형 벨트’를 구축하고 있으며, AI 연산센터와 데이터 교환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 혁신 응용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확보 정책은.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반도체 학원’을 설립하고,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단순한 임금 인상뿐 아니라, 거주 환경과 자녀 교육 문제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신주과학단지 조성 당시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교육이 가능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함께 설립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인재의 교육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한 비자, 거주, 육아 지원 등의 제도 지원을 통해 해외 인재가 대만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대만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인프라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선 HPC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이와니아’ 시리즈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AI 연산과 추론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과 공공 영역 전반에 AI 응용 역량을 확산하기 위한 기반 조성 사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부터 ‘TAIDE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대만 고유의 언어, 문화, 가치관을 반영한 LLM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해외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AI 스타트업의 반도체 기술 개발 지원은.
“대만 정부는 과학기술부(NSTC)를 중심으로 ‘AI 혁신연구센터 사업’과 ‘AI 분야 간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 두 사업은 스타트업이 TSMC, 미디어텍, ASE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협력해 칩 및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는 대학, 연구소, 산업기술연구원(ITRI), 정보산업진흥원(III) 등과 연계를 통해 기술 검증부터 시제품 생산, 시장 진입까지 빠르게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정부는 대형 기업의 기술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에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으며, 신주 및 타이난 과학단지에는 EDA 설계 도구, IP 모듈, 연산 자원 등 스타트업이 직접 테스트와 생산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돼 있다.”
TSMC가 생산 거점을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배경이 궁금하다.
“TSMC의 2025년 자본 지출은 420억달러(약 57조783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대만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모다. 투자 결정은 단순한 수요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인프라 여건, 고급 인재 확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2021년 대만은 50년 만의 가뭄을 겪으며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경고 신호가 됐다. 공장 부지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으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수요를 따라가긴 어렵다. 반도체 인재 부족도 심각해 외국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R&D에 필요한 고학력 인력 수요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TSMC 생산 시설 해외 이전이 대만의 전략적 입지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TSMC의 첨단 칩 생산 일부가 미국과 일본 등으로 옮겨가는 것을 두고 대만 내에서는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한 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SMC는 국가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해 온 ‘실리콘 방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 진출은 오히려 대만, 미국, 일본 간 외교·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생산과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이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만든다. TSMC가 해외에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대만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공장 설립 당시 양국은 인력을 파견하고 교육·기술이전도 병행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상호 연결성과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Plus Point
AI 초강국 꿈꾸는 대만, 전력 위기에 ‘원전 카드’ 만지작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한 대만은 글로벌 AI 공급망의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전력 수급 안정성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섬나라 특성상 낮은 전력 자급률을 원전으로 보완해 왔지만, 2018년 민주진보당의 탈원전 정책 이후 전력 부족 문제가 심화했다. 네 차례의 대규모 정전으로 수백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최근엔 마안산 2호기 폐쇄 이후 타오위안 등지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AI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밝힌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5월 대만 포럼에서 “대만은 원전에 투자해야 하며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에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대만 입법원은 5월 야당 주도로 원전 수명을 60년으로 연장하는 원자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8월 23일에는 마안산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민주진보당은 안전성과 핵폐기물 해법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콜리 황 디지타임스 회장은 “정부가 비핵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아직 전력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없다”며 “향후 융합 기술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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