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 달성 소액주주와 기업의 소통에 달렸다

2025. 7. 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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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증시가 힘을 내고 있다. 코스피(KOSPI)는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100포인트대에 올라섰다. 해외증시와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의 2025년 상승률(~7월 8일)은 29.8%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단연 1위이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S&P500지수의 상승률은 5.3%에 그쳤고, 일본 토픽스지수는 1.4%, 대만 자취안 지수는 -2.9%였다. 지난해까지 잘 나갔던 해외증시가 부진하고, 장기 침체가 이어졌던 한국 증시가 반등하는 모습은 복잡한 분석에 앞서 가격 자체의 복원력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주가의 자율 반락과 반등, 즉 ‘많이 오른 자산은 가라앉고, 못 오른 자산은 상승’하는 ‘수익률 평균 회귀(mean reversion)’의 역학이 주가에 투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격 논리에만 기댄 반등이라면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곧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한국증시의 반등세에는 단순 저가 메리트를 넘어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꿈’이다. 고착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수 주주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지배구조의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지난주 상법이 개정됐다. 누구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역사적인 변화’라고 말하고, 누구는 ‘기업활동을 옥죄는 반기업적 법안’이라고 말한다. 논란은 있지만 머릿속에서만의 기대와 우려를 넘어서는 실체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는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번 대선처럼 자본시장과 관련된 이슈가 주요한 의제로 다뤄졌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상법개정을 언급했지만, 올해 코스피 상승 폭의 58%가 6월 3일 대선 이후의 26거래일 동안 실현됐다.

마침 ‘코스피 5000포인트’도 가능하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주식은 개방화 정도가 매우 높은 자산이다. 우리만 잘한다고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라 글로벌 경기의 흐름,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인이 한국 주가에 영향을 준다. 주가가 특정 시점에 어떤 레벨에 도달해 있을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다만 코스피 5000포인트 도달이 생각하기도 힘든, 허황된 목표인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현재 3000포인트 수준인 코스피가 5년 동안 5000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율로 10.7% 상승하면 된다. 만만한 목표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정도의 상승세가 나타났던 사례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스피는 1970년대 이후 코스피는 세 차례의 장기 강세장(secular bull market)을 경험한 바 있는데, 중동 건설 붐이 있었던 1972~78년 코스피는 연평균 28.9%나 상승했고, 3저 호황으로 단군 이래 경기가 가장 좋았던 1985~88년 코스피의 연평균 상승률은 58.8%였다. 중국 경제 고성장의 수혜를 누렸던 2004~2007년에도 코스피가 연평균 23.6% 상승했다. 한국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던 지난 5년 동안에도 코스피는 연 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동안 연평균 10.7%로 상승하는 게 엄청나게 도전적인 과제인 건 아니다. 다만 과거 세 차례 나타났던 장기 강세장은 한국 경제가 활력에 넘쳤던 시기라는 점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최근 한국 경제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논리로도 5000포인트는 도달 가능한 목표이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징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것)의 국가 간 비교를 해보자. 한국 증시의 PBR은 미국(S&P500지수 5.26)과의 비교는 언감생심이고,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동아시아의 제조업 중심 국가의 비교에서도 압도적으로 낮다. 7월 8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PBR은 1.04인 반면 중국 상해 1.42, 일본 토픽스 1.43, 대만 자취안은 2.35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가 중국과 일본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면 4280포인트 내외, 대만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면 7030포인트에 도달하게 된다. 기계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개념적으론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코스피 5000이건, 4000이건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은 단선적인 경로가 아닌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는 울퉁불퉁한 길일 것이다. 코스피의 구조적인 레벨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주가는 펀더멘털(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보유 중인 자산)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밸류에이션), 주식을 사고자 하는 돈의 양(유동성)의 함수이다. 당연히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의 개선이 중요하다. 다만 이를 강조하는 것은 ‘착하게 살자’는 말만큼이나 공허하다. 이는 모든 경제활동 참여자들이 당연히 견지해야 할 태도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과 달러가치의 변화 등이 고려돼야 하기에 이 글에서 논하기는 무리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배구조는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상법 개정은 지배구조 개선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무엇보다도 개정 상법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번 상법 개정에 들어간 이사가 ‘주주들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다분히 추상적인 조항에 대해 법 개정 후 초기에 법원이 만들어나갈 판례에 따라 상법 개정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소액주주권 강화가 중요하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법의 잣대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와 분배에 가장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집단은 주주이기에, 상장사들이 주주의 이해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한편으론 주주가 회사의 여러 결정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에 들어간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도입’, ‘감사위원 선출 시 3%룰 보완’ 등은 소액주주의 의견이 기업활동에 잘 투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론인데,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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