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혼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지마… ‘빨리’보다 중요한 건 ‘너만의 속도’

나의 속도
이진경 글·그림 | 이야기꽃 | 40쪽 | 1만7000원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건 줄 몰랐다. 숨은 폐를 들락날락하다 턱까지 차오르더니, 이젠 너무 뜨거워져 정수리를 뚫고 나가며 폭발할 것 같다. 쉼 없이 흘러내려 스며드는 땀이 따가워 눈은 자꾸만 감겨 온다. 손끝 발끝까지 전기처럼 퍼져나가는 저릿한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조바심 내는 마음. 주변 사람들은 나를 지나쳐 멀찌감치 앞으로 간다. 지금 나 혼자 뒤처지는 건 아닐까. 여기서 멈춰서면 다시는 뛰지 못하는 건 아닐까….

마라톤 풀코스를 17회 완주한 30년 차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달리는 사람들은 강처럼 흐른다. 한 명 한 명 반짝이는 물방울 같다”고 쓴다. 푸른색과 보라색 톤의 수채화 붓 터치로 종이 위에 번지는 결이 때로는 강물 같고 때로는 바람 같다. 남자, 여자, 어른, 아이,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색색깔의 물방울이 세상에 가득한 무지갯빛 무늬들처럼 그 위로 툭툭 번진다. 무심한 듯 힘 있는 선으로 그린 인물들 표정도 하나하나 생생하다.

내리막길에 들어서며 몸이 가벼워진 것도 잠시, 오르막길의 풍경은 근육 세포마다 타오른 불길에 질린 듯 노랗게 번져 있다. 중요한 건 그저 호흡에 맞춰 한 발 한 발 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마침내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나 자신을 만난다. 그 순간 주변 모든 것은 하얗게 사라진다. 아무 꾸밈없는 자신을 마주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달리기의 열락(悅樂)이다.

긴 마라톤 코스의 끝이 보일 즈음 뛰는 사람은 생각한다. ‘모두 다르지만 모두 달리고 있다. 나도 달리고 있다.’ 책의 앞쪽 속표지엔 러닝화의 끈을 당겨 매는 손이, 뒤쪽 속표지엔 끈을 풀어낸 러닝화가 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가는 것도 자신을 극복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의 속도를 알고, 인정하고, 내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장마다 실제 달리기 경험에서 얻은 생각들이 그림으로 그린 명상록처럼 펼쳐진다. 아직 달리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함께 뛰자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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