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서울에 클래식 전용홀이 더 필요한 이유

이들의 성공은 단지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치열한 교육 현장과 음악팬들의 높은 기대치, 예술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모여 만들어낸 성취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성장의 이면에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의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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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 경쟁 치열해 늘 포화상태
클래식 이젠 소수의 전유물 아냐
콘서트홀은 문화 생태계의 허브
서울 강북엔 클래식 인프라 부족
」

콘서트홀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도심 속 문화 생태계의 허브이자, 음악의 물리적·정신적 완성도를 높이는 공간이다. 좋은 연주는 좋은 울림에서 비롯된다. 악기의 숨소리까지도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는 음향 설계는 클래식 음악의 미학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빈의 무지크페라인, 암스테르담의 콘세트르헤바우, 베를린 필하모니 등이 그렇듯, 위대한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콘서트홀과 함께 자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위상이다. 글로벌 관광도시이자 K컬처의 중심으로서, 서울은 그에 걸맞은 문화 인프라를 요구한다. 클래식 전용홀은 그 자체로 도시의 품격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 런던의 사우스뱅크센터, 뉴욕의 링컨센터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도시의 문화적 깊이를 형성한 사례는 이미 익숙하다.
공공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간 공연장은 브랜드와 수익성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반면 공공 콘서트홀은 일반적으로 대중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한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지역 사회와의 연계, 신진 예술가의 데뷔 무대 등, 예술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서울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지만, 클래식 공연 인프라는 지역 간 불균형이 뚜렷하다. 현재 수준급 콘서트홀이 집중된 강남권을 벗어나면, 대규모 음악 공연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찾기 어렵다. 서울의 강북권은 수요에 비해 클래식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새로운 공공 콘서트홀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문화 향유의 권리를 좀 더 넓게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 공연장이 갖는 교육적 기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단지 음악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장으로서 말이다. 청소년 대상 오픈 리허설, 해설이 있는 음악회, 학교와 연계한 체험형 프로그램 등은 미래의 관객과 연주자를 키우는 씨앗이 된다. 클래식이 특정 계층의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교양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클래식의 저변 확대는 결국 지속 가능한 음악 생태계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잠재력 있는 연주자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다양한 레퍼토리와 실험적 기획이 가능해지려면, 이들을 담아낼 무대가 충분해야 한다. 콘서트홀이라는 하드웨어는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 실현을 위한 필수 기반인 셈이다.
클래식이 소수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각종 연주회와 전문 강좌에 손님이 몰리듯, 클래식은 중산층 대중이 교양을 위해 찾는 예술로 점차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고품질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클래식 전용홀은 그러한 전환을 가능케 하는 장치다.
지금 한국 클래식은 세계 무대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즈음하여 거듭 강조하고 싶다. 클래식 전용홀은 음악가들의 숨결을 담고 다음 세대의 문화를 키우며 도시의 품격을 완성하는 공간이다. 서울이 그에 걸맞은 문화적 토대를 갖추는 날, 한국 클래식의 미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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