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잉글리시] 한국의 독특한 '전세'

중앙일보 영문판인 코리아중앙데일리(Korea JoongAng Daily)에서는 전세와 관련해 설명할 때 “일시불 보증금(lump-sum deposit)” 혹은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장기 일시불 보증금(long-term, lump-sum deposit given to a landlord)”이라고 한다. 기술적으로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전세가 실제로 어떤 제도인지 독자들이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 제도는 큰 액수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면의 논리나 작동 방식은 한국 외 국가의 세입자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수억원을 한꺼번에 집주인에게 맡기고, 그 대가로 2년 동안 월세 없이 살다가 계약이 끝나면 그 돈을 전부 돌려받는 구조는 영어권에서 흔한 ‘렌트(rent)’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 월세도 없고, 이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를 영어로 ‘보증금(deposit)’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조차 종종 오해를 낳는다. 영어권에서 말하는 보증금은 보통 세입자가 집을 망가뜨리거나 월세를 밀릴 경우를 대비해 집주인이 미리 받아두는 일종의 ‘보험’ 성격이다. 일반적으로 한 달 치 월세 수준이며, 퇴거 시 집 상태에 따라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보증금’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전세의 핵심을 전하기는 어렵다. 한국처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보증금으로 내는 것 자체가 영어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에서는 그 ‘보증금’이 곧 거래의 전부다.
그렇다면 전세를 어떻게 설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요즘 나는 이렇게 말한다.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집주인에게 맡기고, 보통 2년 동안 월세 없이 살다가, 계약이 끝나면 그 돈을 전부 돌려받는 제도야.” 깔끔하게 떨어지는 번역은 없다. 결국 전세 제도를 설명하려면, 언제나 맥락이 설명되어야 한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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