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는 셋, 엘리베이터가 없네"…폭염 속 택배기사 극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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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뜨겁게 내리쬔 11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의 한 빌라촌.
택배기사 이상진(36)씨는 택배 상자가 한가득 담긴 트럭을 몰고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한참 달렸다.
"평소에는 에어컨도 거의 안 틀어요. 택배 한 상자 배달해도 200원밖에 못 받는 거 생각하면 기름 아까워서요."
이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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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촌에서 배달하는 기사 [촬영 조현영]](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1/yonhap/20250711181703795pdrj.jpg)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햇볕이 뜨겁게 내리쬔 11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의 한 빌라촌.
택배기사 이상진(36)씨는 택배 상자가 한가득 담긴 트럭을 몰고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한참 달렸다.
영등포 지역에서 배달하다가 강서로 담당 구역을 옮긴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탓에 길을 잘못 들어 운전대를 돌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평소에는 에어컨도 거의 안 틀어요. 택배 한 상자 배달해도 200원밖에 못 받는 거 생각하면 기름 아까워서요."
이씨가 기자를 위해 차 에어컨을 틀어주며 말했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한 빌라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건물이었다.
이씨는 택배 상자 3개를 차에서 내려 나르기 시작했다.
그는 "아파트는 수레라도 끌 수 있지만, 화곡은 골목이 많아 수레도 못 끈다"며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사람들이 더워서 음료 같은 걸 온라인으로 더 많이 주문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스팩이 녹아 축축해진 택배상자 [촬영 조현영]](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1/yonhap/20250711181704113cajd.jpg)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경우도 많아 더운 여름에 아이스팩이 녹으면서 박스가 흐물흐물해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이렇게 배달해 이씨가 받는 수수료는 택배 1개당 200~300원 정도. 이씨가 택배 일이 '자원봉사'에 가깝다고 말하는 이유다.
"돈이라도 많이 벌면 욕하면서라도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 같이하던 형도 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그만뒀다"고 이씨는 말했다.
기사 한 명이 그만두면 남은 기사들의 노동량은 늘어난다. 그만둔 기사의 택배 물량을 나눠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택배 분류 작업이다. 쌓인 택배를 지역별, 운송장별로 나누는 과정이다.
분류 작업은 실내에서 하는데, 대형 선풍기 하나만 돌아갈 뿐, 에어컨 하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택배가 크고 무거워 분류작업만 해도 땀이 엄청 난다"며 "대형 선풍기를 쐬면 더 덥고 진이 빠진다"고 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6~7시간 근무 중 1~2시간을 분류작업에 쓴다.
폭염은 뜻밖의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씨는 "택배 일을 하는 1년 동안 오배송은 3번 미만이었으나, 요즘에는 일주일 사이에 2~3번이나 오배송 실수가 있었다"며 "더위를 먹었는지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오배송 실수가 생기면 고객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고 택배를 원래 주인에게 갖다줘야 해 고역이다.
이씨는 아파트 지역 배달을 마저 해야 한다며 트럭을 몰고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오후 4시 30분, 아직도 기온은 36도였다.
이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달 들어 3명의 택배기사가 폭염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빌라촌 배달하는 기사 [촬영 조현영]](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1/yonhap/20250711181704535zqoc.jpg)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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