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모의 빵집 일상] 노동의 가치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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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출근한 지 2시간이 지났다.
샌드위치 2종류, 합계 20개를 완성하지 못했다.
매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역할은 해내지만, 생산성만 따졌을 때 자기 급여에 상응하는 몫을 다 해내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직원도 많다.
손님들에게 샌드위치를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 직원의 폭발적인 생산능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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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다팔아도 남는건 3만원
시급은 1만4000원 훌쩍 넘어
미숙련 인력 생산성은 낮은데
현시급으로 제품값 유지하려면
자영업자·숙련자 희생 있어야

직원이 출근한 지 2시간이 지났다. 샌드위치 2종류, 합계 20개를 완성하지 못했다. 시간당 10개. 내가 재료 준비를 도와줬으니까 실은 그만큼도 못 만든 셈이다. 숙련도가 높아지면 더 빨라지기는 하겠지만, 스스로 재료를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하면 근무시간 4시간 동안 총 40개 생산이 목표가 될 것 같다. 그렇게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샌드위치 1개를 팔면 부가세를 제외하고 3000원이 남는다. 1시간에 10개면 3만원이다. 기준 시급에 주휴수당, 4대보험료, 퇴직금까지 추가하면(합계 39.33%) 최저시급이라 해도 시간당 인건비가 1만4000원이 넘어간다. 급여에 전기세, 수도세, 임차료까지 생각하면 사실 답이 안 나온다.
너무 느린 것일까.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숙련도가 올라가도 딱 저 정도 한다. 그만큼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는 상업적인 생산이 안 된다. 손이 빠른 숙련된 인력은 15개, 많으면 20개도 만든다. 우리 매장이 샌드위치 가격을 더 인상하지 않고 지금 정도의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숙련된 기술자가 폭발적인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조 인력을 채용한 이유는 전체 생산량을 거의 혼자서 책임지는 핵심 인력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지, 상업적 생산까지 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시급 1만원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고생하는 것에 비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미숙련 인력의 경우 그 1만원의 생산성을 해내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매장이 살아남으려면 생산성이 뛰어난 핵심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직원의 뛰어난 생산성이 사실상 우리 매장을 먹여 살린다. 매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역할은 해내지만, 생산성만 따졌을 때 자기 급여에 상응하는 몫을 다 해내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직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런 평범한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그들을 고용한다. 핵심 인력이 급여를 조금 더 많이 받고는 있지만 그 능력에 비해서는 덜 받고 있고, 다수의 인력이 능력보다 많이 받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인력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하다 보니 가끔 '노동의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노동의 가치는 그 노동의 생산성일까?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상품의 가격일까? 서민들을 대상으로 값싼 제품을 만드는 일은 정말로 가치가 낮은 것일까? 인력은 귀한 존재고 그 값을 후하게 쳐줘야 하는데, 그 귀한 인력의 노력과 땀으로 만든 결과물을 비싸게 받으면 소비자들은 화를 내고 그 제품을 외면한다. 노동의 현장에서는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근래 들어 음식 값이 많이 올랐다고 아우성들이지만 대출 이자, 임차료, 전기세, 원부자재 값도 많이 올랐다. 잘되는 것처럼 보였던 매장이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급여가 넉넉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비싸게 느꼈을 것이다. 생산자는 싸게 팔아도 소비자는 비싸게 느끼는데 그 간극이 너무 크다.
손님들에게 샌드위치를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 직원의 폭발적인 생산능력 덕분이다. 그래서 고맙고, 그럼에도 충분한 보상을 못 하는 것이 미안하다. 우리가 칭찬하는 착한 가격의 착한 가게가 있다면, 어쩌면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놀라운 숙련도 덕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노동의 현장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젊어서 책으로 읽었던 노동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보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떠오르는 잡상이다.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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