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자치구, 민생소비쿠폰 분담비율 ‘평행선’…“빈 곳간 탓”
재정난 市 “충당금 406억원 절반 분담 해달라” 자치구에 요청
5개 자치구, 재정력 이유로 단호한 거부…“시 80% 부담” 역제안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와 일선 기초자치단체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분담금 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비쿠폰 발행 예산의 90%를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10%를 지방비로 충당하는데 지방비 분담을 놓고 광역자치단체와 5개 자치구 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는 시와 5개 자치구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자치구들은 '광주시 8, 자치구 2'의 비율로 분담하자고 맞서고 있다. 광주시나 5개 자치구 모두 재정이 빠듯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부금과 세수 감소로 곳간이 빈 광주지역 광역·기초 자치단체들의 입장차가 뚜렷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1차 데드라인인 오는 21일 소비쿠폰 지급 시작 전까지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 관가에선 양측이 줄다리기 끝에 '6대 4'로 분담하는 선에서 최종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5대 5로 분담하자"…당근과 채찍 든 광주시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시 분담분을 406억원으로 추산하고 이 중 절반인 203억원을 일선 5개 자치구에 부담해 줄 것을 요청했다. 406억원은 정부가 정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예산의 10%에 해당한다. 5대 5로 분담하는 경우 동구 16억, 서구 40억, 남구 31억, 북구 60억, 광산구 60억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5개 자치구는 만성적인 재정난을 이유로 광주시 요청을 거부했다. 되레 광주시가 80%(8대2) 부담할 것을 역 제안했다. 광주시는 난색을 보이는 자치구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광주시가 일선 자치구에 더 많은 충담금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시 재정 운용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의 장기화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에 대한 매입 등으로 지방채를 발행해 2조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등에 추가로 최대 5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난에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선 추가로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복지성 지원사업에는 지방채 발행을 할 수 없다'는 제한조건 탓에 현재로선 소비쿠폰 충당금 재원 마련이 녹록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광주시는 22개 시·군과 5대5 비율로 조정하고 있는 전남도 사례를 감안해 자치구에 5대5 분담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치구에 내려 보내는 재원조정 교부금 동결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광주시의 지방재정교부금 분담률이 다른 광역시보다 높은 점을 들어 5대 5로 매칭해 부담을 나누고 민생경제 회복에 동참한다는 좋은 명분도 살리자는 것이다.
재원조정 교부금은 광역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의 상호간 합리적인 재원 조정과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 교부금을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로 내려 주는 것이다. 광주시의 재원 조정교부금의 비율은 23.9%로 부산(23%), 대구(22.29%), 인천(20%), 대전(23%), 울산(20%)보다 높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역 대 기초단체 간 재정교부금 분담률이 광주가 가장 높은 편인만큼 이번에는 자치구에서 5대 5로 하면 재원도 분담하고 명분도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력 이유로 거부한 자치구…"시가 80% 부담" 역제안
하지만 일선 자치구들은 재정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나 기초 지자체 모두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재정력의 차이로 기초지자체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광주의 5개 자치구는 전남의 22개 시·도와 달리 보통교부세를 정부로부터 교부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남지역과의 상황도 다르다는 것이 이들 자치구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화순군이 받는 보통 교부세가 연간 2900억원인데 반해 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광주 지역 4개 구가 시로부터 받는 재원 조정금이 3100억여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상 광역지자체 산하의 시·군은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지원받지만, 자치구는 특·광역시에 합산돼 교부된다.
결국 광주 5개 자치구의 필수 예산인 재원 조정교부금 동결을 이유로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지급 및 운영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시·군의 행정적 업무 부담도 고려해 재정 부담이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들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분담률 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열악한 구는 자체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며 "지방채 발행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임택 광주 구청장협의회장은 "자치구 재정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모든 집행은 기초지자체가 하는 만큼 시장이 구청장과 협의해 조율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시의 입장을 따르라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분담비율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주시 지역화폐가 있음에도 북구와 광산구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초지자체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5개 구는 '정치적인 논리'라고 일축했다.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민생과 가장 밀접해 있는 기초지자체도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화폐를 통해서 각 지역의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울며겨자먹기일 뿐이라고 것이다.
또 5개 지자체 중 일부 기초지자체가 지역 화폐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운영 중인 곳은 없는 상태며 지역화폐의 정부지원은 광역지자체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전국 타 지역의 경우 갈등이 있었지만 대체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경기는 기본적으로 도와 시군이 5대 5로 정한 가운데 열악한 시군의 분담비율을 3으로 낮추기로 했고, 서울은 6대 4 분담률을 적용키로 했으며, 재정 여건이 나은 울산은 광역시가 8, 자치구가 2로 결정했다.
'6대 4'나 '차등 적용'…관가에서 절충론 솔솔
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광주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광주시는 필요 재원의 90%가 국비로 채워지고, 추가지원금은 9월 하순부터 신청 받을 예정이어서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와 자치구간 분담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면 민생소비쿠폰 지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1일 예정된 1차 지급분은 국비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2차 지급까지 차질없이 이뤄지려면 늦어도 9월 전까지는 시와 자치구 간 협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복지성 지원사업의 지방채 발행에 대한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재정법 개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원 마련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관가에선 시가 특별교부금(10%)을 5개 자치구에 일률적으로 보전해 줘 6대 4로 하거나 시와 자치구가 기본적으로 5대 5로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되 재정이 열악한 구의 분담비율을 3이나 4로 낮춰주는 선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절충론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 재정이 어려운 상태라는 점에서 기초자자체에 50%를 분담을 요구했다"면서 "기초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현실적인 수준의 비율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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