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시험 날에 미역국

2025. 7.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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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먹어서 시험에 미끄러질 거면 어차피 미끄러질 거로 생각한다. 그런 미신조차 나를 막을 수 없다." 들었을 때 나는 머리에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한 번도 시험 날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원래 자신감이 부족한 편은 아닌데 나에 대한 믿음도 더욱 강해진 것 같다.

TV나 학교나 그 어디든 깨달음을 주는 것에 감사하며 징크스를 줄여준 것에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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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는 누군가에겐 루틴
심리적 안정감 주기도 하나
집착땐 정신 건강에 해로워
관념깬 당당함은 삶의 기쁨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보길

"미역국을 먹어서 시험에 미끄러질 거면 어차피 미끄러질 거로 생각한다. 그런 미신조차 나를 막을 수 없다." 들었을 때 나는 머리에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지난해 큰 영감을 가지게 했던 말 중 하나다.

어느 주말 집에서 한가로이 TV를 보고 있었다. 한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이 자격증 시험 날 열심히 실기 준비를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시험 보러 가기 전 보양식으로 미역국을 주문해 같이 출연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놀라는 사람들에게 위 얘기를 했는데 보는 나도 놀랐다. 한 번도 시험 날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징크스로 쌓여 온 것들은 점점 많아져 조금은 심한가 생각하기도 했다. 징크스는 우리 삶 곳곳에 있고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징크스는 불길한 징후, 불운 등을 뜻하며 통상적으로는 "이건 꼭 이렇게 되더라"는 관념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 테니스 선수는 강서브를 넣기 전 항상 여러 동작을 순서대로 하는데 이를 해설자는 '루틴'이라고 한다. 그것은 징크스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징크스는 심리적 안정을 주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소속 집단이나 공동체에 유대감과 소속감을 주는 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순히 미신적인 의미보다는 사안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한 하나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함을 넘어서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불안감을 키우고 특히 징크스가 깨질 때 불안은 더 커진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겁내고 의존적이 되어 융통성도 잃게 된다고 한다. 심하면 강박증과 콤플렉스까지 될 수 있다.

나도 하나하나 징크스가 생기고 있었다. 예전에 옷걸이에 옷을 걸다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문득 '아, 내가 이번에 지원한 연구과제에 떨어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필 그 과제에 떨어졌다. 그 후로는 뭐든지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것도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을 수는 없어서 뭐라도 떨어뜨리면 '이거는 바닥에 붙은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다 보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 같고 여하튼 스트레스다.

숫자에 관련한 징크스, 색에 관한 징크스 등도 조금씩 생겨갔다. 징크스를 없애려고 했으나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마음에 있었던 것 같다. 의학적으로는 일차 스트레스보다 이차 스트레스가 훨씬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시험 날에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보며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그 당당함에 놀랍다. 그리고 매우 유쾌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뜻하지 않은 때나 장소에서 영감과 가르침을 얻는데 이번에 그랬다. 그것은 내 마음을 바꾸게 했고 다른 생각과 결심을 해주었다. 그 후 많은 징크스에서 벗어나거나 약해졌고 생활도 훨씬 더 편해졌다. 원래 자신감이 부족한 편은 아닌데 나에 대한 믿음도 더욱 강해진 것 같다.

나는 대학에 있기에 다른 분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접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옛날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방면에 도전하고 일하고 있다. 주저함이나 콤플렉스도 덜 하고 도전하여 자기의 경력을 쌓아간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외국어가 좀 부족해도 세계적 학술대회에 나가 주저없이 발표와 교류를 하는 제자들을 본다. 그 모습이 내게도 많은 생각을 주며 그들에게 배운다. 나로서는 그런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 참으로 색다르고 기쁜 일이다. TV나 학교나 그 어디든 깨달음을 주는 것에 감사하며 징크스를 줄여준 것에도 감사한다. 덕분에 나의 삶이 더 편안해졌다고 말해주고 싶다.

[김성균 서울대·서울대치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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