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우리 모두 다중이가 되자!” 내 속에 너무 많은 ‘나’

2025. 7.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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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1980년대 포크밴드 ‘시인과 촌장’, 2000년대 가수 조성모가 부른 ‘가시나무’란 노래의 도입부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란 가사는 노래보다도 더 유명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가사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 가사를 논하다 보면 소위 ‘다중이’, 즉 다중인격자를 귀엽게 지칭하는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곤 한다. 어느 한 가지로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데 찰떡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중이’가 맞다. 병리적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다못해 집에서의 나와 회사에서의 내가 다르고, 친한 동성 친구 앞에서, 또는 이제 막 썸을 타려고 하는 이성 앞에서의 내가 다르듯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필자는 우리 모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중이’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여기서 ‘다중이’는 인격이 여러 가지인 사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역할’이 여러 가지인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야 내가 힘들 때 내 속의 ‘또 다른 나’가 ‘나’를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픽사베이)
쉽게 말해, 나란 존재는 누군가의 자식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부모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배우자, 친구, 직장 동료, 이웃이기도 하다. 더 세분화시키자면 또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는 사람일 수 있고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나란 존재를 이처럼 여러 다양한 역할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평탄한 일상보다는 삶의 위기에 처했을 때 특히 빛을 발한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서의 자신을 전체로 인식하면서 극단적인 절망감에 빠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A나, 회사의 요직에서 밀려나게 된 B가 ‘난 실패자야.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여기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비록 누군가의 배우자 또는 아주 잘 나가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은 실패했을지언정 여전히 존재하는 나의 다른 측면, 즉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형제자매, 영원히 우정을 나누고 싶은 친구,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동료, 아직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잠재적인 학습자 등으로서의 자신이 있다. 이를 놓지 않는다면, 그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끈끈한 연대와 단단한 희망을 쥐고 일어설 수 있다.

(일러스트 프리픽)
하버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리더츠 슈워츠 박사는 이러한 개념을 IFS(Internal Family Systems: 내면가족체계) 이론, 즉 사람의 마음은 각각 다른 역할과 감정을 지닌 여러 부분들(Parts)로 이뤄져 있고 이 부분들 간의 통합이 조화로운 상태가 건강한 삶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다중이’가 되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지만, 다행히도 ‘가시나무’ 노래 가사와는 달리, 그 많은 부분들이 나의 쉴 곳이 되어줄 것이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 Ph. 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8호(25.07.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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