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매출 1위’ 제주 카지노 노동자의 비애
딜러 연봉은 경쟁 업체보다 적어
사쪽 “코로나 겪으며 천문학적 적자”
노조 “여행·호텔 적자 카지노가 왜 갚나”

카지노 딜러 이정원(가명)씨의 일터는 제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169m짜리 드림타워에 있는 외국인 전용 ‘드림타워 카지노’다. “전문직이 되고 싶어” 딜러가 된 뒤 두 번째 옮긴 회사다. 바카라와 블랙잭, 룰렛 같은 테이블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만 473명이 있는 화려한 직장이지만,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씨의 현재 연봉은 3100만원이다. 야근·휴일수당을 다 합쳐도 통장에 꽂히는 돈은 한 달 330만원 남짓이다. 이씨는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기계처럼 일하다 보면 전문직 딜러가 아니라 노예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제주에 있는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매출액 압도적 1위인 드림타워 카지노에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딜러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롯데관광개발이 기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사업권을 인수한 뒤 중국 자본과 함께 건설한 도내 최고층 드림타워로 사업장을 확장·이전했다. 그 과정에서 “도박을 조장한다”, “도민 여론을 조작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결국 2021년 제주도의 허가를 받고 개장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드림타워 카지노의 지난해 매출은 3203억원으로, 2위 랜딩카지노(693억원)의 4배가 넘는다. 지난해 38만명 넘는 외국인이 입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벌써 상반기에만 20~30대를 중심으로 25만명(잠정치) 넘게 방문했다. 덕분에 지난 2분기(4~6월) 드림타워 카지노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천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늘어나는 입장객을 감당하기 위해 드림타워 카지노는 지난 4월 200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 실적은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노동자 임금은 다른 카지노에 견줘 낮은 편이다. 롯데관광개발에 따르면 카지노의 대표 직종인 신입 딜러의 지난해 연봉은 2830만원으로, 3100만원대인 ㄱ카지노, 3300만원인 ㄴ카지노·ㄷ카지노보다 적다.
특히 지난해 드림타워 카지노에 입사한 경력직 딜러는 5년차든 10년차든 경력에 상관없이 최대 3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근무연수에 따라 경력 5년차 딜러가 3800만원의 연봉을 받은 ㄴ카지도와 차이가 적지 않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2021년 개장 이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5%씩 두 차례 임금 인상을 진행했고, (드림타워 카지노가 인수한) 엘티카지노 출신인 경우 급여수준이 낮은 것으로 판단돼 추가로 (한 차례 더) 5% 임금 인상률을 적용했다”며 “롯데관광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이다가 외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지난해 매출 4715억원, 영업이익 390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당기 순손실은 여전히 1166억원을 기록해 올해는 당기 순이익 달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딜러들은 입장객 증가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24시간 운영되는 카지노에서 5교대로 일하는 딜러들은 4개 테이블을 20분씩 돌고 20분을 쉬는 ‘80분-20분’ 근무를 한다. 식사시간에는 120분 일하고 30분을 쉬기도 한다. 딜러 김건(가명)씨는 “개장 초에는 테이블 게임이 60~70개밖에 안 열렸는데 지금은 (전체 테이블 159개에서) 게임이 거의 다 돌아가서 일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드림타워의 노동강도는 ‘90분 근무-30분 휴무’인 ㄱ카지노와 비슷하지만 ‘60분 근무-20분 휴무’인 ㄴ카지노보다는 세다. ㄴ카지노 관계자는 “우리도 입장객이 많은 다른 지점 카지노에서는 ‘80분-20분’ 근무를 하는 딜러도 있는데, 그곳 딜러는 연봉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웬만해서는 80분간 자리를 뜰 수 없는 근무 형태는 딜러의 75%인 여성 노동자에게는 고통이다. 딜러 박지호(가명)씨는 “게임을 진행할 때는 어깨를 들썩여서도 안 되는데 유니폼을 입고 앉아서 80분씩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허리와 관절이 다 아프고, 화장실에도 갈 수 없어 괴롭다”며 “여성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조금만 단축해달라고 얘기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입장객의 성희롱이나 폭언에 지쳤다는 여성 노동자들도 있다. 이씨는 “다른 카지노에서는 손님이 성희롱이나 폭언, 삿대질하면 회사가 막아주고 그런 손님을 출입 정지 시키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회사가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일부 VIP 고객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운다”며 “딜러들이 괴로워해도 회사가 크게 제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문제행동 고객 대응 업무 매뉴얼이 있다”며 “사례별로 직원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드림타워카지노지부는 지난 8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회사와의 올해 임금 협상에서 엘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761억원의 10%를 직원에게 임금과 성과급, 복리후생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엘티엔터테인먼트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 자회사다. 임정현 드림타워카지노지부 지부장은 “회사가 이렇게 성과가 많이 나는데 직원 임금은 다른 카지노보다 크게 낮고, 성과금을 받은 적도 한 번도 없다”며 “회사는 아직 (여행과 호텔 사업부문 등 전체적으로) 빚이 많다고 하는데 그걸 카지노 부분이 다 갚으라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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